손까락 운동/광우병

일본 소 전수검사

섬그늘 2008. 11. 13. 14:08

성장 보다 분배, 소외된 약자에 보다 눈이 가고 신자유주의적 세계 질서가 싫은 나는 한국에서 일컬어지는 이념 지표로 따지면 좌파에 보다 가까울 것이다. 근데 가족, 조국, 전통을 중시하고 공동체의 공동선을 지향하는 우파의 (아름다운) 가치 역시 돌보고 싶다. 안티조선에 발 담근지 8년이지만 좌우파 개념이 잡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쉽게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게시판에서 양파를 자처한다. 그것이 틀에서 벗어나는 길이요 시민상식을 함양하자는 안티조선 취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에 광우병 위험이 있어 반대한다면 당근 한우도 두들겨야 한다. 그것이 논리적 정직성이다. 그런데 그걸 개개인이 한꺼번에 돌볼 수도, 필요도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미국쇠고기는 다른 이와 하는 약속이요 한우는 나중에 우리끼리 따로 두들길 수 있는 물건이기 때문에 우선순위는 미국쇠고기에 맞추는 것이 맞다.

 

한우 체계가 개판인데 막무가내로 미국산 쇠고기를 거부할 수 있느냐, 세상 혼자 사는 거 아니다는 우려는 '미국도 EU쇠고기를 수입하지 않는다'로 해결 가능하다. 암만 EU가 30월령 이상 매년 1천만 마리 전수검사를 하건 말건 자신(미국)이 느끼는 위협이 있다면 광우병 발생 사실을 들어 수입거부할 수 있는 거다. 미국은 분쇄육 부족분을 대부분 호주에서 수입한다. 다소 얄밉지만 그것이 국가가 자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방법이다.

 

그럼 한우는 하염없이 냅두자? 그건 아니다. 그것이 더 우선이라는 이들이 두들기면 된다. 모두의 우선순위가 꼭 일치할 수는 없으며 사회는 생각 다른 이들 끼리 서로 씹어줘가며 발전하는 거다. 다만 그 과정에서 "한우도 위험하잖아. 그거 생각하면 미국산은 괜찮다" 또는 "미국산은 위험하지만 한우는 괜찮다" 식으로 무리해서 논리개발을 하진 말자는 거다. 그건 이미 당파에 자신을 가두고 자신을 속이는 일이 되니까.

 

마찬가지로 한우의 위험성을 들여다 볼수록 미국산 위험도가 줄어든다면 (추동력이 떨어진다면) 그 역시 자신의 논리적 정직성을 의심해 볼 일이다. 이건 한우를 두들기는 이에게도 해당한다. 한우가 위험하다고 말하면서 미국산은 괜찮아...라고 방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이미 진실 보다는 당파가 소중하다는 말이 되어버린다 거다. 더 나아가

 

"괜찮아. 미국이 어떤 나라인데 광우병 위험을 소홀히 하겠어?"

"위험해. 자본이란 괴물의 대표 서식지가 미국 아니겠어?"

 

A를 좋아한 나머지 A의 모든 말이 참이라고 믿는 이를 인격적 종속체라고 하더라,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우주의 중심이 미국이라서 위 판단에 도달하고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도를 가늠하고 있는 건 아닌지도 섬세히 짚어보는 게 보다 영양가 있지 싶다...는 게 요즘 내가 되뇌는 생각이다.  

 

***

 

"그러나 TV 속 '미국 쇠고기 괴담(怪談)'은 터무니없이 과장된 내용이 많다. 소 1억 마리를 키우는 미국에서 그동안 광우병 걸린 소 3마리가 발견됐다. 한 마리는 캐나다에서 건너온 수입소였고 두 마리는 1997년 광우병 원인이 되는 육골분(肉骨粉) 사료가 금지되기 전에 태어났다. 사육 소 100만 마리 가운데 광우병 소 30여 마리가 발견된 일본의 광우병 발생 비율이 미국보다 비교할 수 없이 높다." (조선일보 2008.05.01 사설)

 

 

총수

도축

사육

도/총

미국

10,000

3,400

6,600

34%

일본

350

120

230

 

한국

224

77

147

 

 

2007년 한우 224만 마리 (연합뉴스 2008.04.02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13&aid=0001944761&)

 

나머지 숫자는 일본 소 통계 350만 마리를 어느 웹에서 가져와 미국 비율 34%를 강제로 때려 맞춘 건데 대충 맞을 듯 싶다. (아래 뉴욕타임즈 일본 도축소 데이타 120만마리와 일치한다) 뭔가 찜찜하다 싶었다. 아무렴 한우가 220만 마리인데 일본 소가 100만 마리 밖에 안되겠어? 조선일보는 '사실'도 틀릴 때가 있다. (식상하신 분 계시겠지만 내가 워낙 조선일보 숫자 장난 찾는 게 취미라서리...이해하시라.)

 

미국소 검사비율 0.1%와 일본소 (100만이 아니라) 350만 마리를 넣으면 발생비율은 미국이 높은 걸로 나오겠지만 이건 모르겠다. 어제 날짜(2008.06.13) 뉴욕타임즈가 미국 검역체계의 허술함을 지적했는데 (http://media.daum.net/foreign/others/view.html?cateid=1046&newsid=20080613062210204&cp=yonhap) 홍성기 시대세평의 논지와는 배치된다. 고로 홍성기씨가 폄하했을 가능성이 있겠다. (그 이는 미국소 검사는 '고위험군'이 대상이라고 했다. 그래서 NYT 원문 볼 때 까지 보류. 다만 1997년 미국 사료조치는 반추동물이 대상. 조선일보 기사처럼 포유동물은 아님에 주목. 2005년 발생 때 7개월 은폐는 무슨 사연인지 숙제.)

 

어쨌든, 그럼 일본은 전수검사를 왜 하고 있을까? 그럴 수 밖에 없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아래 링크를 보시라. 광우병 따지며 내가 읽은 글 중 가장 정성이 들어가 있고 흥미진진, 무쟈게 재미 있는 글이라 강추한다. 정독하는데 1시간 걸리던데 전혀 아깝지 않았다. 나도 나름 한 끈기 한다고 자부하는데 이 분에 비하면 새발피다. 중간중간 눈물 날 정도로 웃었다. 이렇듯 재미와 교양을 겸비하기 쉽지 않은데, 과연 강호에는 기인이사가 즐비하구나 싶다.

 

광우병에 대하여 (상편) (게렉터 블로그 2008.05.06) http://gerecter.egloos.com/3731040

광우병에 대하여 (하편) (게렉터 블로그 2008.05.06) http://gerecter.egloos.com/3731157

 

***

 

요약하면, 일본은 2000년에 EU에서 광우병 난리가 났을 때 옳다구나 하고 EU화장품까정 수입금지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그러니 2001년 9월 1호를 시작으로 (2007년 6월 홋카이도에서 32호까지-부산일보)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당혹스러웠겠지. 그래서 450만 마리 몽창 전수검사에 착수했단다. (조선일보 시론 하응백 2008.06.13 http://media.daum.net/editorial/column/view.html?cateid=1052&newsid=20080611034103164&cp=chosun 좋은 글이다. 양비론 냄새에 시점이 거시기 해서 그렇지. 시점 선택은 고난도 편집이다.)

 

다른 나라가 헐렁한지 일본이 쓸 데 없이 빡빡한지는 보기 나름이다. 여하튼 일본은 광우병 판정 잘못했다고 수의사가 자살하는 사례가 있는 나라다 (재검사로 그 소는 폐기되었는데도 말이다). 일이 곧 종교요 다른 사람에게 민폐 끼친 넘으로 낙인찍히면 인생 끝장이다. ('수치의 문화'란다. 타인에 의해 존재가 규정된다) 2000년에 화끈하게 나갔는지라 2001년 발생 후 전수검사 밖엔 방법이 없고, 한번 시작했으면 멈출 수 없는 나라다. 그거 궁민의 건강을 끔찍하게 생각한 결과인지, 민폐를 치욕으로 생각하는 문화에 국산세계제일의 자부심이 상처 받은 나머지 세계에 시위하고자 하는 오기가 결합해서인지 나는 아삼삼이다.

 

오히려 건강과 안전을 끔찍하게 중요시하는 궁민이 있어 그에 상응하는 정책을 펴지 않으면 정부가 무사하지 못하다고 해석하는 게 적절하지 싶다. 궁민이 정부를 만든다는 게지. 따라서 작금 광우병 사태로 한우 검역체계가 나아질 조짐이니 바람직하다. 이 참에 일본 코베우를 능가하는 경쟁력 (값 싸고 질 좋은)으로 미국시장 진출을 목표로 시스템을 갈아엎으면 어떨까? 돈과 시간이 들겠지만 이런 거야 말로 우파가 해줘야 한다. (한우는 수출 못한다. 왜? (중앙일보 2008.03.15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ctg=11&total_id=3075334)

 

일본인들이 얼마나 건강을 끔찍하게 챙기고 업계가 그 눈치를 보는지 사례 하나. 안티몬(Sb)이란 원소가 있다. 산업계 오만 데 쓰이는데 이 넘은 발암물질 혐의가 있고 일본 수돗물 음용기준의 안티몬 허용치는 15ppb이다. 근데 페트병 만들 때 안티몬을 쓴다. 특히 스포츠 음료, 차, 쥬스 따위는 병에 담을 때 균을 다 죽여야 하므로 뜨겁다. 그래서 병에 있는 안티몬이 대충 5ppb 기어나온다. 수돗물 보다 나은 정도라서 오만 세계인은 걍 머리 비우고 마시는데 유독 일본만 그 용도로 안티몬을 쓰지 않는 페트병 제조공법을 10년 전 개발했다는 거다. 당근 비싸지만 음료업체가 안티몬 페트병은 허용 않는다. 두들겨 맞기 싫어서다.

 

그럼 일본은 이제부터 미국 쇠고기 수입 협상을 어떻게 할까? 지난 4월 한국의 타결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일본 당국자 왈, "그런 개 같은..." 표정이 볼 만 했다고 한다. 문제가 되자 한국 정부(지금 미국 간 김종훈 통상단장)는 "일본, 대만 협상 결과에 따라 추가협상할 수 있다"라고 했는데, 본말이 전도된 언명인 게지. 한국은 대만, 일본에 이미 민폐를 끼친 것이다. 독 품은 미국이 협상테이블에서 할 말이 빤하잖나? "한국이 OK했는데 니들은 왜 뻗대냐? 한국이 바보란 말이니?"

 

결국 지난 주 대만이 30월령 이상 받아들였단다. 이제 일본 차례인데, 여러 모로 고민이 많을 거다. 남 부럽지 않은 친미사대주의 노선, 영예로운 광우병 발생국, 한국 대만 저 모양, 그렇다고 걍 들어주면 궁민들 빡 돌아 버릴 거라. 아마 들어주고 들어온 20월령 이상 내장을 정부가 일정량 사서 태우는 엽기적인 일이 벌어지지 싶다. 아니면 경건하게 모든 미국쇠고기를 전수검사함으로써 궁민을 안심시킬지도(지금 그러고 있다). 근데 변형프리온 분자 1개라도 잡아내는 검출기는 현실에 있을 수 없어 속성 검사라는 걸 하는 한계가 있긴 한데 그거 해야만 궁민 불안이 가라앉는다면 하는 수 없는 거다.

 

여하튼 일본의 사례에서는 (좋든 나쁘든) 궁민과 언론 수준이 정부를 만든다고 보는 게 보다 바람직하겠다는 게 이 문단의 결론이다. (2000년 이래 넋 놓고 있었던 한국과 대비해 보자는 뜻이다. 한미FTA는 공업 위해 축산은 제꼈다는 말인데 '어쩔 수 없지' 했던 이들이 지금은 한우 축산농가를 걱정하는 외양으로 한우의 광우병 위험을 부각시킨다. 대한민국의 자칭 우파 골 때린다는 생각 들지 않나?

 

***

 

내분비 교란물질 (endocrine disrupter)은 1990년대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이 지정한 67종의 화학물질이다. 생체 내 호르몬 분비계통에 혼란을 가져올 우려가 있는 넘들인데 일본아저씨들은 '환경호르몬'이란다. (개념적으로는 확 와닿지만 썩 본질에 부합되는 용어는 아니다.) 그 중 비스페놀A라는 넘이 있는데 요즘 플라스틱 업계에서 화제 만발이다.

 

쓰이는 곳은 흐벅지게 많다. 맥주 병뚜껑 내면 도료, 통조림 캔, 스틸캔 음료 내벽에 바르는 에폭시 수지 (그래서 필름으로 대체되는 추세), 폴리카보네이트(PC)가 그것이다. 플라스틱 중 PC는 오만 물성이 좋아 전세계 연간 천만톤 이상 소비된다. 섭취의 우려로 문제가 되고 있는 용도는 정수기용 파란 생수통, 애기 젖병 따위인데 미국과 일본에서 대체소재를 찾느라 난리가 났다. 15년 만의 일이다. 지난 4월 FDA, 일본 후생성이 '성인은 모르겠는데 아이는 위험하다' 라고 발표해 버린 거다.

 

WWF의 우려 발표가 있었을 때 업계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임상실험 결과가 나오려면 10~20년 걸리기 때문이다. 정자 수가 반으로 준다고 대수랴 하지만 정자의 추진력이 쪽수에서 나온다는 설이 유력하다. 어쨌든 과학과 자본이 위험을 다루는 방식이 이러하다. '과학적'으로 위험하다고 결론날 때 까지 자본은 끄떡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기에 나는 감베티교수의 인터뷰 중 "미국소 광우병 발생 증거는 없다. 그렇지만 항상 경계해야 한다."에 더 주시하게 된다.

 

***

 

한미FTA의 구체적인 협상결과를 대비하며 따질 처지가 나는 아니다. 이라크 파병과 매향리 이후 노무현대통령에 대해 근사한 이미지를 머리에 만들고 황홀해하던 내 인식을 탓하며 침묵했으니까. 그가 '반미 좀 하면 어때?'하여 당선된 후 그 나마 자주 외교라는 걸 했는지 모르지만 내 기준으로는 대미관계에 관한 한 현실한계로 자기합리화한 우파 정치인인 거다.

 

나는 등거리 외교 쪽이다. 그 거리도 가치기준에 따라 길이 차이가 나겠지만 어느 한 곳에 올인은 위험하다는 거다. 미국 일변도라도 먹고 사는 데 지장 없던 시절은 지났다. 중국, EU, 일본, 아세안...이해관계의 무게가 더해지는대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근데 재미있게도 이게 한미FTA 옹호 논리로도 쓰이더라. 대중 교역이 대미 교역을 앞질렀으므로 위험하다, 미국과 더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거다 (삼성경제연구소).

 

FTA는 마일리지, 포인트 제도와 유사하다. 단골 만들기인데 모두가 그 제도를 채택하면 원점으로 돌아가 버린다. 한미FTA를 지지하는 이들이 자동차 더 팔아먹는 걸 중시하던데, 미국과 일본이 FTA체결하면 말짱 꽝인 구조이다. 대저 관세나 임금으로 경쟁력을 추구하는 기업은 하수인 거다. 그 이익, 궁민에게 돌려준다던가? 기껏해야 법인세 20%다. 그럼 그걸 위해 희생된 농가, 서비스 업계는 뭔가? 왜 그들이 자동차, 휴대전화 업계의 이익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거지? 그 궁민적 합의가 언제 있었나?

 

미국은 일본과 당분간 FTA 체결하자고 할 리가 없다. 이건 유리하다 싶은 쪽이 상대를 꼬시는 게임이다. 실제 체급도 안 되면서 거기 응하는 건 불나방이다. 불리하다고 생각되면 악착같이 상황이 조금이라도 호전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갖출 때 까지)될 때 까지 개기는 게 상책이다. 물론 하염 없이 개길 순 없을 테니 서둘러 실력을 키워야지.

 

개방만 하면 분발하여 실력이 늘게 된다는 건 일종의 이데올로기요, 웬간히 체급이 될 때의 이야기다. 일본 토요타가 언제적 토요타인가? 1933년 직기회사가 자동차 하겠다고 나서서 부도 위기에 구제금융 줘가며 일본정부가 50년 간 보호하며 키운 회사다. 미국의 근대 200년은 보호주의 무역의 역사다. 한국의 공업화 40년도 마찬가지다. 근데 지금 2008년, 미국과 붙어 해볼만 하다는 건가?

 

각 산업을 들여다 보고 이건 버릴 넘, 이건 키울 넘 따진 후, 덤벼들어야 될지 말지다. 아시아 섬유산업이 과당경쟁으로 맛이 갔는데 일본은 여전히 돈 번다. 왜냐면 일찌감치 산업용 고부가가치로 전환했고 그 기술 딴 넘에게 안 준다. 버릴 넘 보조금 줘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근데 2007년 체결된 '17개월'에 걸쳤다는 한미FTA엔 그 고민한 흔적 찾기 어렵다. 그래서 졸속이라는 것이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가장 실패작이지 싶다. (2008.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