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까락 운동/내키는대로

충신론

섬그늘 2008. 11. 13. 11:32

리더의 의사결정이 잘못된 길로 집단을 이끌고 있다고 판단할 때 개체가 취할 바는?

 

1. 지적하고 관철될 때 까지 개긴다.

2. 미움 살 일 하느니 잠자코 대세를 따른다.

3. 아무 말 없이 집단을 떠난다.

4. 머리 비우고 한 세상 산다.

5. 세번 지적하고 그래도 관철되지 않으면 체념하고 따른다.

 

이문열의 삼국지가 대학생 필독서래나 어쨌대나. 조정래의 태백산맥이 같은 반열에 있다 하니 과연 대한민국은 오만 사상을 녹여내는 용광로이다. 내가 이문열을 싫어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만, 평역(?) 삼국지에 녹아 있는 그의 가치관은 내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다. 가장 내가 혐의를 두고 있는 것은 그의 충신관. 군주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판단될 때, 그래도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끝까지 같이 가는 '충신'에 대해 꽤나 긍정적으로 묘사했다는 느낌을 나는 갖고 있다.

 

근데 그게 잘못인가, 아닌가? 결국은 인간 사고의 오류가능성을 인정하고 대화로써 서로의 인식을 주고 받으며 교정해 가는 유연성, 절차 유무의 문제이거늘. 고집은 신념과는 또 다르다.

사람 사는 세상이 재미있는 것이, 그걸 '유연하다'라고 말할 수도 있고 '지조가 없다'라고도 말할 수 있다는 점. 도처에 이미지 싸움이다. 이걸로만도 책 몇 권 분량일 테고.

 

메모...일본 사람들이 사고하는 방식

1. 채권, 채무를 엄밀히 따진다. 1,000엔 선물 받았으면 꼭 그 만큼 되돌려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 취급 받기 힘들다. 그 채권채무는 무쟈게 유형이 많다. 아예 갚을 수 없는 채무를 온이라고 두기도 한다. 대개 정성적인 빚(마음 씀씀이, 뭔가 favor)는 '기리(義理)'로 분류하여 꼭 갚아야 하는 범주로 둔다. 이거 갚지 않으면 '기리시라즈'라고 하여 심각한 수준의 욕이 된다.

죽음으로만 갚을 수 있는 채무는 온(恩), 기(義)가 있는데 무신 차이가 있는지 아직 모르겠다. 다만 일본소설, 영화, 드라마 따위 저작들에 주인공이 죽는 결말이 많은 게 그 탓이리라 가늠 정도 하고 있다. 이건 죽으면 모두 신(神;가미)가 된다는 내세관이 뒷받쳐줘서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일본에서 자살은 대개 금물이 아니다.

 

2. 그러므로 상대가 원치 않는 선물을 하는 것은 대단한 실례가 된다. 치부책에 기록되어 청산해야 하는 채무가 되기 때문이다. 같이 밥을 먹어도 상당한 이유가 없는 이상 각자 부담을 1엔 단위까지 해야 속이 편하다. 상대가 청하지도 않았는데 도와주는 것은 상대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행위가 된다. 상대가 청했는데 이 쪽에서 거절하면 채무가 하나 쌓인 게 된다. No라고 말하는 것이 실례이며 더 나아가 상대가 거절하게 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도록 비정성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결혼식에 초대할 것인지 아닌지로 심사숙고한다. 상거래에서 상사를 중간에 끼운다. 일본인은 어릴 때 부터 상대의 안색을 살피는 훈련을 받는다.

 

3. 일본 문화는 '수치(恥;하지)'의 문화라고 해서 western의 '죄(sin)'의 문화와 대립된다고 한다. ('국화와 칼' by 루스 베네딕트 - 이거 하나 읽고 버티는 나도 용하다) 잘잘못의 기준은 절대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으며 (성경의 십계명과 대비) 사회, 주위 사람들이 정한다. 주위 사람들이 잘못이라고 말하면 잘못이다. 따라서 주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고 그거이 쌓이면 사람 취급 받으며 한 세상 살기 힘들다. 거꾸로 western 기준의 잘못이라 하더라도 (예:외도) 주위나 이해 당사자에게 발각되지 않으면 잘못이 아니다. 발각이 한번 되면 끝이고 되돌이킬 수 없다. 그래서 끊임없이 내가 다른 사람들 보다 앞서거나 뒤쳐져 있지 않은지 점검 (橫병;요코나라비)한다.

 

근데...이런 인식이 맞긴 맞나?

 

(2007.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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