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까락 운동/내키는대로

일본에 대한 한국사람들의 생각

섬그늘 2008. 11. 13. 11:39

http://kin.naver.com/detail/detail.php?d1id=6&dir_id=61402&eid=PaOxgqxYT7Y2FnPANKxelWzIZvww9iV7

 

(역시 지식in의 어느 님이 올리신 질문에 두들긴 옛 글. 원문링크를 위에 붙인 바, 같은 질문에 매우 다양한 관점의 답변이 올라와 있음.)

 

지나다 님의 글을 보고 몇자 쓸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우 쉬울 것 같은데 어려운 주제이네요.

 

일본이든 학교 친구든 어떤 대상에 대해 "좋다", "싫다"는 것은 종합적인 판단입니다. 정확하게는

"그 친구의 이러이러한 점이 좋다", "그 친구의 이러이러한 점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친구의 그런 면은 나와 맞지 않는다"...따위의 표현이 보다 바람직합니다.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대상이란 현실에서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이런저런 점수를 더하고 뺀 결과로 "좋다", "싫다"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종합적'이지요.

 

그렇게 종합적으로 어떤 대상에 대해 호감 또는 혐오감을 갖는 것은 경험 때문입니다. 자신이 겪은 만큼 보이는 것이지요. 그래서 어떤 대상에 대한 평가를 하고자 할 때는 되도록 많이 직접/간접 경험을 겪은 후 판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근데 이거야 교과서에나 나옴직한 말이고 현실에서는 매우 이루기 어렵지요. 대상은 많고 주어진 시간은 적습니다. 현대인은 번개 같이 대상에 대한 판단을 밥 먹듯 하고 있지요. 그러지 않으면 생활할 수가 없으니까...그러므로 어떤 대상에 대해 갖고 있는 호감/비호감이 '적절'한 것일까...하는 것은 항상 의문으로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적절'한 판단은 평생 일어나지 않는다고 두는 것이 속 편하지요.

 

대상을 일본이라고 두었을 때, 대다수 한국인들의 종합적인 판단은 부정적일 겁니다. 그 대상에 대해 긍정적인 판단을 하고 계시는 님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이구요. 그 판단이 "옳다", "그르다"라고 판정내릴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위에 적었다시피 모두 모르니까). 다만 "네 생각은 나와 다르다", "내 생각으로는 네 판단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 따름이지요. 거기서 조금 더 영양가 있는 이야기를 하려면 일본의 이러이러한 점은 배울만 하다, 일본의 이러이러한 점은 매우 문제인데 그건 이러저러한 배경이 있고 저러이러한 접근을 하면 해결될 가능성이 조금은 높지 않을까? 뭐, 이런 식이 보다 나을 겁니다. 근데 무쟈게 피곤한 일이지요. 그러자면 일본의 역사, 문화, 그 사람들이 왜 그딴 식으로 사고하는지 뿌리를 알아야 하거든요. (한국인) 자신의 역사, 문화, 사고방식의 뿌리 마저 잘 모르는 터라서 심각한 무리를 동반합니다. 그래서 그러저런 과정 걍 생략하고 "일본은 나빠"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속 편합니다. 이건 일본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모든 대상에 대해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일본의 평범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한국사람과 별 다를 것 없이 대개 선량한 사람들입니다. 역사왜곡이나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동의 또는 방관하는 사람이 50%, 그거 반대하거나 갸우뚱하면서도 방관하는 사람들이 50% 정도 되지요. 문제는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로 목소리 큰 사람의 수입니다. 이거야, 틀림 없어, 하며 자신의 생각이 부적절할 가능성을 점검할 필요가 없는, 신념이 투철한 사람들이지요. 어려운 용어를 쓰자면 '극우주의자'라고 하는데요, 이런 사람들은 어느 나라에나 있습니다. 한국도 만만치 않답니다. 베트남이나 한국전쟁에서 양민학살한 사실에는 그럴 리 없다, 왜곡이야, 라며 눈 돌리고 자신들이 당한 사실을 보다 중시하며 목소리를 높이지요. 일본 극우와 매우 닮았지요. 징용, 종군위안부, 독도, 남경 대학살 따위 사실을 도외시합니다. 그러고 싶은 것이지요. 그러려고 맘 먹은 이에게는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 가슴에 와닿게 되어 있습니다.

 

님께는 일본의 이러이러한 모습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저러이러한 모습은 배울 만 하다...식으로 각개격파할 안목을 키우십사 하고 싶습니다. 현재 일본에 긍정적이라고 하셨으니 (안목을 키울) 공부를 하실 마음가짐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위에 적었다시피 관심이 별 없다면 무쟈게 피곤한 일입니다. 세상에 얼마나 즐거움이 많은데 시간 들여 그 공부를 하겠느냐는 것이지요. 여하튼, 그런 공부를 해가며 자신의 인식을 재점검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것 만은 사실일 겁니다. 그 과정에서 보고들은 어떤 인식이 절대적일 수 없다는 점만 명심하면 주위 어떤 이들과도 싸울 일은 없지요. 서로 대화를 나누며 자신이 채 접하지 못한 새로운 인식을 나눌 수 있다면 족한 일입니다.

 

제 경우는 집단, 가족, 조직에 얽매여 타인의 눈치를 보며 평생을 사는 일본의 일반 대중을 딱하게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그런 염치가 비교적 많이 적어 안하무인인 한국의 일반 대중도 딱하기는 마찬가지이지요. 전자는 융통성이 매우 없는 편이고 후자는 융통성이 지나쳐 타인의 영역을 쉽게 간섭합니다. 그렇지만 모두 그 이들의 삶이지요. 그 이들이 보기에는 제가 딱할 테니까. 자신의 가치관을 세우되 타인의 그것이 존재하는 것을 걍 인정하는 것, 어떤 방향이 보다 바람직할 것이냐를 사실을 되도록 있는 그대로 (100%란 없으니까) 보고자 노력하며 따져보는 것, 그런 삶이 보다 cool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일본이나 한국에 보다 많은 날이 오면 서로 이해하는 속도가 빨라지겠지요. 

 

(2008.01.05) 

'손까락 운동 > 내키는대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국어와 친하게 지내는 하나의 방법  (0) 2008.11.13
혼자 놀기  (0) 2008.11.13
설득의 심리학  (0) 2008.11.13
충신론  (0) 2008.11.13
쪽 과 짜장면  (0) 2008.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