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까락 운동/내키는대로

외국어와 친하게 지내는 하나의 방법

섬그늘 2008. 11. 13. 11:41

Mr. 블로그 왈,

요즘 영어 수업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요. 블로그씨는 놀이 같은 영어 수업을
꿈꾼답니다. 재미있는 영어공부 방법,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Mr. 삐따기 왈,

 

영어 수업이 어떻고 국가경쟁력이 어떻고 참 가관도 아니다. 이 보기만 해도 짜릿하고 머리에 김 나는 주제는 나중에 두들기기로 하고, 무릇 영어 따위 외국어를 우예 공부하면 재미있게 하느냐 이빨을 우선 풀어 보자.

 

근데 그 공부는 왜 하는 거지? 세상사람들에게 자랑하려고? 돈 많이 벌기 위해? 학문을 깊고 넓게 파기 위해? 그 목적에 따라서 공부방법은 달라져야 한다. 이거야 적고말고 할 것 없는 당연한 말씀인데 다들 안하면 안된다고는 하는데 왜 하는지 따져보질 않더라는. 대개는 '좋은'대학, '근사한'직장 들어가기 위해 하는 것 아닐까? 직장 들어가면 그노무 고과란 게 있어서 토익 점수로 역량을 평가하기도 한다.

 

외국어, 특히 영어를 배우는 목적을 물을 때 "남 보다 좋은 대학에 가려구요"라고 대답하기엔 안면 표피가 얇은 이라면 외국인과 의사소통을 위해서...라는 우아한 답변을 하면 된다. 그래서 대개 구어에 치중하는데, 대저 언어란 귀가 먼저 뚫려야 한다. 문법, 작문은 나중 이야기라니깐? 이런 주제가 나올 때 마다 내가 거품 물고 말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DVD 영화를 하나 사되, 무쟈게 재미있는 걸 산다. 자신의 가치관과 맞을 뿐더러 대화가 많이 나오는, 글고 두고두고 봐도 물리지 않을 놈으로 고른다. (대개 드라마 종류가 그래서 적합하다.) 그걸

 

1. 자막 없이 한번 쭉 본다. 당근 무신 소린지 감이 올락말락 감질 날 거다.

2. 한글 자막으로 다시 죽 본다. 걍 즐긴다. 스토리 이해가 간다.

3. 자막 없이 다시 쭈욱 본다. (쭈욱이란? 대사 못알아 듣겠다고 다시 그부분 돌려 듣지 말란 야그)

4. 영문 자막으로 쭈욱 본다.

5. 자막 없이 쭈욱 본다. 걍 켜놓고 다른 일 한다. 하염 없이 틀어 놓는다. 틈만 나면 본다.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처럼 받아 적기는 취향이 아니어서 나는 추천하지 않는다. 걍 하염 없이 보고 즐기라는 거다. 언젠가부터 귀가 뚫리고 문장이 통째로 들리는 날이 온다. 단점이야...시간이 무쟈게 걸린다는 점. 외국어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두는 한 안달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내 경우 영어는 별로 재미를 못 봤고(유구장장 볼 가치관 맞는 드라마가 별로 없었음), 일본어는 이런 방법으로 꽤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한다. 내 딸애(이제 고1)는 영어, 일본어 모두 재미를 본 모양. 뭐...이렇게만 한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아이들이 지금도 뽕을 뽑고 있는 드라마는 프렌즈 (시즌 1~10을 모두 사서 클립추출, DVD로 구워 그걸 디립다 봄), 작은 애는 한국말 자막은 달달 외우는데 (외국어 익히는 데는 가장 금물), 그러지 말라, 왜 그렇게 사냐고 해도 고집이 불통이다. 근데 한 3년 하니 이제 슬슬 들린댄다.

 

이렇게 주위 뉘에게든 나발을 불지만, 실제 그리 행동에 옮기는 이 드물다. 그 원어로 된 드라마, 영화를 즐기며 그 원어권의 역사, 문화, 사람들이 살며 소통하는 방식을 접할 수 있다는데, 이거이 시험 성적과 직결되지가 않거든. 그러니 외국어 배우는 목적이 뭐냐는 것이고, 왜 사느냐 가치관에 연결된다는 거다. 우주에 하나 밖에 없는 귀중한 내 존재가 그깟 수단(외국어)을 목적으로 삼고 안달복달에 스트레스 받아가며 심신의 안정을 갉아먹어서야 쓰겠나?

 

요즘 하고 있는 학습은 닌텐도 Lite로 한자검정 소프트를 돌리는 거다. 별별 유형의 테스트를 아기자기 엮어 놓아 무쟈게 재미있게, (실제 그런지 아닌지 누구도 모르지만) 한자/일어 역량이 성장하는 것을 느낀다. 이리 적고 보니 나를 제외한 삼라만상이 그러하듯 외국어 역시 기질, 가치관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2008.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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