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까락 운동/내키는대로

설득의 심리학

섬그늘 2008. 11. 13. 11:34

Mr. 블로그 왈,

노숙자 할아버지께 목도리를 벗어드린 '서울역 목도리녀' 소식, 참 따뜻한 뉴스였어요. 여러분도 이렇게 세상에 퍼뜨리고 싶은 선행을 목격한 적이 있나요?

 

설득의 심리학 :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Mr. 삐따기 왈,

목도리를 벗어 '노숙자 할아버지'에게 준 것이 왜 '선행'일까? 그 이는 노숙자를 생산하는 사회 환경, 자본주의의 한계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면 더 좋으련만. 뭐, 있는 목도리를 뺏아간 게 아니니 적어도 '악행'은 아니겠다. 그럼 악행이 아니면 선행인가? 악행의 반대는 非악행이다. 백인의 반대가 非백인인 것 처럼 (흑인이 아니다).

 

설득의 심리학 초반에 나오는 골 때리는 사례. 뉴욕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이라고 하는데, 남자가 여자를 칼로 찔러대고 여자가 살려달라고 하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그 때 목격자만 37명. 이걸 '사회적 증거의 법칙'이라고 한댄다. 즉, 자기 눈 앞에 벌어지고 초현실적인 일을 어찌 해석해야 할지 아삼삼할 때 다른 이는 어떻게 행동하나 곁눈질하여 자기 행동을 결정한다나. 그 37명이 냉혈한이거나 반사회적인 인간들이라서가 아니라는 야그. 인간은 논리 기계가 아니라는 야그도 되나?

 

프렌즈 시즌 몇이던지...죠이가 피비에게 말한다. "전적으로 이타적인 행위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선행'이든 자기 만족을 동반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야그.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건 인간의 경지가 아니다. 여유가 있어 자선을 하는 것은 말릴 일이 아니다. 다만 자선 대상이 생기는 사회 구조를 조금이라도 더 생각할 일이며 하염 없이 성찰할 일이다. 자선을 행한 이가 그리 하지 않은 이 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자선이 아니라는, 자신의 심적 충만감을 위한 뽕이라는 아이러니.

 

노숙자가 생기는 구조는 존재 보다는 소유가 선행되는 사회분위기를 토대로 한다. 인류가 차악으로 선택한 자본주의, 그 가없는 경쟁에서 낙오한 looser를 보는 상대적 우월 의식이 많은 사회가 노숙자를 만든다. 그리 실패자가 되기 싫어 수레바퀴를 열심히 돌리고 나의 아이 만큼은 다른 아이 보다 열위가 되지 않게 하고자 고급, 더 고급 학원에 보낸다. 어떤 수단을 쓰든 결과적으로 강자가 되면 족하다. 이런 사회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이 창궐하게끔 되어 있다.

 

근데 재미있는 것은, 존재를 더 귀하게 여기는 이는 구도자 반열에 드는 이가 많다. 이미 사회가 야기한 악다구니로부터 한 단계 다른 차원에 들어간 이인지라 사회 변혁의 동인으로 작용하기 힘들다. (예:산사의 스님) 그러므로 복 있을진저, blessed are...존재를 소유보다 더 귀하게 여기기에 사회 구조를 바꿔보려고 몸부림치는 이에게 가없는 경의를 보낸다. 몸은 할 수 없이 자본주의에 몸 담아 치열하게 부대낄지언정 생각만은 다른 세계를 모색할 일이라는 말. 걍 그거이 손까락 운동에 불과하다고 할지라도. 웅...시방 뭘 쓴 겨?

 

(200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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