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까락 운동/내키는대로

영업사원은 키가 크다

섬그늘 2008. 11. 13. 14:05

특히 일본의 상사, 영업사원 중에는 키 크고 잘 생긴 넘들이 많다. 한국도 마찬가지여서 채용할 때 외모를 중요시한다. 왜? 호감을 주기 때문이다.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는 말도 되는데, 그 이의 업무 역량, 자신에게 이익을 줄 가능성과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지 않다. 이것 역시 사회의 선이해(편견)가 선행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 이를 좋아할 게다, 좋아하면 정보를 비교적 쉽게 준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기본 머리가 되어 있는 넘이라면 실적을 낸다, 뭐 이런 구조이다. 이렇게 한 바퀴 돌면 애초 (기왕이면) 잘 생긴 넘 뽑는 것이 정당화된다. 더 나아가 여성 인력이라면 늘씬해야겠지? 이뻐야겠지? 이걸 노골적으로 말하면 두들겨 맞을 것 같으니까 우아하게 '용모 단정'이란 표현을 쓴다.

 

이런 세상인 고로, 여성지 절반이 살 빼라, 뜯어 고쳐라는 광고이다. 관련 산업이 번창한다. 남성도 성형을 심각하게 고려한다. 이건 한국만 그런게 아니라서, '설득의 심리학'에 미남미녀라면 무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례도 제시되어 있다. 자, 그러면 세상이 그 모양이니 저항하면 나만 손해 아니냐? 라며 그 대열에 동참할 것인가, 우끼지 마라-나의 길을 가련다고 개길 것인가? 가치관 문제가 된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고 타고 난 형질로 인해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나는 우긴다. 여성이기에, 장애인이기에, 특정 지역 출신이기에, 흑인이므로, 동성애자이기에, 키가 작아서, 얼굴이 험악해서 기회의 균등을 박탈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민주사회의 생기초이다. 태어날 때 부터 그런 걸 어쩌란 말인가? 왜 그 선천 형질을 인격과 동일시하고 (사회에 만연된 선이해에 기대어) 역량의 일종으로 판단하는가? 그걸 당연시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인 거다.

 

그리 미쳐 돌아가는 사회가 병들었다는 것, 우끼는 게임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개체가 취할 바람직한 태도는 무엇인가? 그 게임에 올인하여 허덕이는 이를 물끄러미 보는 것, 측은지심을 갖는 것 (물론 상대 역시 나를 측은하게 볼 것이니 공평하다), 그 구조가 불합리하다고 느낀 만큼 내가 타인을 그 이의 선천형질로 재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 부터 그래야 사회는 1 ppm이라도 달라지는 거다.

 

나만 손해 아니냐고? 이미 깨달은 이가 그 게임에 부대끼며 헤어나지 못하면 그 인식 자체로 하루하루가 생지옥이 된다. 차라리 몰랐다면 올인하며 '성공'하리라는 기대에 황홀뿌듯한 나날일 텐데 말이다.

심각하게 깨달을수록 '소유'에서 멀어져 '존재'를 찾게 되며, 필연적으로 '행복'해진다. 행복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 아니겠어? (난 잘 생긴 것과는 거리가 멀고 키는 평균 이하이다. 그래서 특히 소크라테스를 좋아하고 위 구조를 남 보다는 쉽게 깨달았을지도 몰라, 나쁜 것만은 아니구만 그래.)

 

행복=소유/욕망. 따라서 소유만 추구해선 행복해지기 심히 어렵다. 행복하기 위해선 세상과 불화할 수 있을 정도로 인식을 단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람의 인식은 무쟈게 나약하다. 첫인상에 좌우되며 한번 새긴 인식은 쉽게 교정되지 않는다. 그런 프로세스의 불합리를 깨닫는다면 눈에 보이는 세상이 확 달라진다. 매우 얄팍하게 이미지 메이킹을 하며 내 인식을 갖고 놀려고 애 쓰는 자본(매스미디어 광고), 정치가, 언론의 수작이 보인다는 말인데, 깊이 들어갈수록 어렵다. 하긴 쉬운 길이라면 누구나 다 갔을 게다. (2008.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