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까락 운동/내키는대로

한국과 일본 문화

섬그늘 2008. 11. 13. 14:20

http://kin.naver.com/detail/detail.php?d1id=6&dir_id=61402&eid=TxpJkvM7Ib+k2ifJ3/KMvr5blk1dRX6X

 

(네이버 지식in, '한국대중문화가 일본의 그것 보다 뒤떨어진 것에 속 상하다'는 어느 님 글에 대해)

 

웅...일본이 '모든' 면에서 한국보다 앞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로써 교통사고 사망율은 한국이 세계 1위이지요. 또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은 OECD에서 한국이 1위입니다. 그 이외에도 일본은 명함도 못내미는 분야가 많겠지요? (제가 '모든'이란 단어만 보면 트집잡고 싶어하는 성향이라서리...^^)

 

저는 A라는 나라의 문화가 B라는 나라의 문화보다 낫다는 말 자체를 거부합니다. '나는 어느 쪽이 다른 쪽 보다 더 좋다'는 말은 할 수 있겠지만 개인의 취향이 녹아 있어 상대적이요, 절대적인 잣대가 있을 수 없는 유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글치만 질문을 하셨으니 님의 글에서 가늠할 수 있는 님의 잣대대로 써 보겠습니다.

 

문화란, 얼마간 기간에 걸쳐 몇명의 사람이 관심을 갖고 접하고 돌보며 즐겼느냐에 따라 '고급', '싸구려'로 자리매김됩니다. 일본은 거진 100여년을 국제 사회에 자신들의 문화를 홍보했지요. 일본이란 나라가 '선진국'이라는 후광, 이미지가 있어 일본 문화 역시 호응이 좋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하튼 많은 사람이 그걸 즐기고 관심을 가질수록 그건 곧 돈이 되어 돌아오고, 더욱 고급문화를 이뤄내는 토대가 됩니다. 선순환이지요.

 

미국, 유럽의 '선진국'들이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은 17, 8세기 식민지 개척을 비롯한 약탈의 역사가 있습니다. 그 때 모은 돈으로 산업기술, 경영기법 따위를 발전시켜 지금도 따땃하게 지내고 있다고 저는 생각하지요. 일본은 150년전 (1857년) 메이지유신을 시작으로 서구의 합리주의를 도입, 국가 발전에 박차를 가합니다. 한국을 비롯하여 식민지를 건설하고 수탈하지요. 그 때 모은 돈으로 산업기술을 발전시켰고, 전쟁으로 망했어도 사람이 그대로 있으니 복구에도 그닥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전쟁을 일으킨 독일, 일본이 그 사례입니다.) 그 와중에 한국전쟁이 발생, 미국이 군수기지로 일본을 택한 덕에 떼돈을 번 탓도 있지요.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느 나라의 문화가 '고급'으로 여겨진 데는 배경이 있다는 뜻이며, 1970년부터 산업을 발달시킨지 40년 남짓되는 한국과 150년의 세월이 있는 일본은 체급 차이가 처음부터 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님이 인식하는 '고급', '싸구려'의 수준을 만든 첫째 이유로 둡니다.

 

둘째로는 문화 상품을 비롯한 지적재산권을 다루는 사람들의 방식입니다. 돈 주고 사느냐는 것이지요. 일본의 경우, 애니매이션이든 망가든 게임이든 제 돈 주고 삽니다. 영화는 개봉관 아니면 DVD대여점에서 빌려 보지요. 책 대여점이 있었습니다만 망해서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서비스는 돈 주고 사는 것이라는 풍토가 정착되어 있지요. 이건 공짜로 다른 이의 저작을 즐기는 이는 사람으로 취급 받기 어렵다 (도둑질이다)는 사회 분위기가 정부 시책과 결합한 것이라고 저는 가늠합니다.

 

여하튼 인구 1억3천만명이 사 제끼니 히트 상품 하나 내면 떼돈 버는 거 일도 아니지요. 더구나 '고급'이미지가 있어 전 세계에서 판매됩니다. 돈이 들어오고 그 돈으로 새 상품을 만들어 내는 선순환을 이룹니다.

 

그에 대비하여 한국은? 4천7백만 인구 중 음반이나 책이나 만화, 게임을 즐기는 이 들 중 사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요? 아주 형편무인지경일 겁니다. 오프라인 게임의 경우 워낙 복제가 판치므로 개발하는 이가 멍청이가 되지요. (실제 망한 곳이 많습니다) 그래서 (카피가 불가능한) 온라인 게임 강국이 되어 버렸다네요. 만화는 대개 빌려보지요? 만화가가 돈을 벌 수 없으니 창의력 있다 싶은 이도 문하생 생활 오래 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한국의 사회분위기를 저는 40년에 걸친 압축성장이 낳은 그늘이라고 말합니다. 대다수 사람에게 있어 돈이 모든 가치관의 으뜸이 되어 버렸지요. 그 결과 (약간의 도덕적 찔림을 감수하고라도) 타인의 저작을 공짜로 즐기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그렇게 하는데 나만 돈 주고 사면 바보되는 것 아니겠어요?

 

셋째 역시 비슷한 이야기인데, 문화를 돈으로 인식하는 이가 적기 때문입니다. 한복이든 전통문화든 무슨 돈이 되느냐는 것이지요. 압축성장의 결과 서구 (특히 미국)이 가치의 으뜸이 되어서리 자신의 전통문화는 하찮게 보는 분위기가 1970,80년대에 형성되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촌스럽게 한국영화를 보다니, 수준 이하구나? 라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적으신 대로 한복과 기모노의 위상이 그렇습니다. (한복은 무쟈게 이쁜 옷이라고 주로 서구에서 평합니다) 글치만 입는 이 드물지요. 자신의 것을 싸구려로 인식하는 백성들이 있는데 다른 나라 사람인들 좋게 봐줄 리 없지요. 근데 거듭 적지만 문화가 절대적으로 좋다, 나쁘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한국 문화 역시 (일본이 해 온 것 처럼)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고급' 이미지가 될 수 있습니다. 예로써 일본 사회에서 '대장금'은 명품 반열에 듭니다. 매우 잘 만든 드라마이지요. (이리 적는 저 역시 DVD로 사 두려고 하는데 비싸서 망설이고 있지요 ^^)

 

요약하면, 어떤 문화가 '좋다'는 이가 많아지려면 긍정적인 구석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이 (정부, 민간단체), 관심을 갖고 문화 상품을 만드는 이(창작자), 그걸 사 주고 즐겨 주는 이 (독자, 구매자)가 많아져야 합니다. 한국 문화와 일본 문화는 그 삼박자 차이가 있어 지금의 (다수 사람이 자리매김하는) 수준 차이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일본은 도저히 한국을 못따라가는 것이 (좋든 나쁘든) 인터넷의 발달에 따른 자발적 대중 참여입니다. 2002년 월드컵, 2008년 촛불시위는 일본 사람들이 혀를 내둘렀지요. 일본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걸 보며 저는 갸우뚱하는 것이, 한국 축구가 국제 경기를 하면 한국의 많은 사람이 무쟈게 관심을 쏟습니다. 글치만 그 뿐, 주말에 K리그 경기 돈 주고 보러가는 사람 드물지요.

 

그래서 한국 축구 이것이 문제라느니 거품 무는 이에게 저는 슬쩍 말합니다. 한국 축구 위해 해 준 게 뭐 있느냐고. (저는 관심도 없고 나중 경기 결과 보며 그랬나보다 하는 정도입니다) 마찬가지로 한국문화가 저급하다는 이(주위에 많습니다)에게도 그리 말합니다. 지금부터라도 긍정적인 요소 (뒤져보면 얼마든지 있고, 취향에 안 맞는다 싶은 것은 여러 번 즐긴 경험이 없어서입니다)를 찾아 돈 주고 사는 것이 어떻겠느냐 하지요. 비판 또는 비난하기에 앞서 나는 뭘 하고 있나 되짚어 보는 것이 보다 영양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 제가 잘 하고 있다는 말은 당근 아닙니다.)

 

실제 변화한 사례가 한국영화입니다. 세계 무수한 나라가 있지만 자기 나라 영화의 점유율이 할리우드 영화 보다 높은 나라는 한국, 인도, 프랑스 세 나라 밖에 없답니다. (일본? 꿈도 못 꿉니다.) 할리우드 영화가 왜 대작이 많을까요? 하나 만들면 세계에 뿌려 떼돈을 긁어 모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 대작과 붙어 지지 않을 정도로 한국영화가 성장했지요. 뭐, 스크린쿼터 제도가 뒷받침하긴 했습니다만. 돈이 들어오니 잘 만들고 잘 만드니 보러 가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모든 분야 (드라마, 음반, 애니매이션, 관광 자원...)가 같은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200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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