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까락 운동/감상문

NHK 대하드라마 篤姬 (아츠히메), 오오쿠 시리즈

섬그늘 2009. 4. 25. 00:03

1. 아츠히메 (篤姬) ; 도타울 독(篤) (2008년 NHK 대하드라마)

 

오랜만에 가슴 먹먹해지는 사극을 봤다. 일본 드라마 특유의 호들갑, 작위적인 설정이 없는 것은 아니오나 나름 몰입하며 즐겼다. 사극을 보는 이유는 밥벌이 때문에 역사 공부를 하고자 하는 측면도 있으나 내가 만약 동시대 그 공간에 있었다면 저 판단과 행위가 가능했을까 하는 의문을 풀고자 함이 크다.

 

전체 줄거리는 생략, 나중 공부를 위해 몇 가지 링크를 단다. 모두 일본 위키피디아이다.

 

(NHK大河ドラマ)

 

아츠히메 ( = 天璋院)

토쿠가와 이에사다 (川家定)

사이고 타카모리 (西隆盛)

코마츠 타테와키 (小松 = 肝付)

오오쿠보 토시미츠 (大久保利通)

키도 타카요시 ( 孝允 = 桂小五;카츠라코고로)

사카모토 료마 (坂本龍馬)

 

 모두 이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이다. 이중 사이고 타카모리, 오오쿠보 토시미츠, 키도 타카요시는 '메이지유신 3걸'로 꼽힌단다. 이 드라마에서 죠슈번 번사인 키도 타카요시(카츠라 코고로)는 비중이 작게 나오는데 (신센구미에서는 처음 부터 끝 까지 줄창 나옴), 나머지 인물들 (아츠히메, 코마츠타테와키(=키모츠키나오고로), 사이고타카모리, 오오쿠보토시미츠는 한 마을에 살며 신분에 구애되지 않으며 친분을 쌓는 것으로 설정된다. (실제 같은 마을이었단다.)

 

메이지 격동기를 달린 사람들이 한 마을 출신이라는 것은 인과관계가 거꾸로 된 언명일 게다. 드라마를 보면 시마즈 나리아키라(島津斉彬)라는 출중한 인물이 사츠마의 위 모든 등장인물에게 영향을 주는 과정이 이어진다. 에도에 오래 있어서일까? 자신의 처지와 환경을 곰씹어 당시 일본이 나아가야할 바를 통찰하고 기초를 닦은 인물이라는 거다. 이 드라마를 움직이는 거의 모든 로직에 그 인물이 관여한다. 거참...지금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사는 나는 얼마나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고 있단 말가?

 

아츠히메 역을 맡은 미야자키아오이(宮崎あおい)는 대단한 배우임에 혀를 찼다. 1985년생이라면 이제 갓 24세인데 극중 텐쇼인 역을 더할 나위 없이 소화했다는 판단이다. 그 매력에 흠뻑 빠져 50화를 단숨에 봤다.

 

내가 매료된 것은 극의 스케일 뿐 아니라 이에사다와 소통에 이르는 과정이었다. 20화~27화가 그 절정인데 사극이 갖는 한계 (사료에 없는 이야기를 지어 내야 장사가 된다)를 감안하더라도 유치하지 않은, 극본과 연기가 어우러져 울고 웃으며 몰입했다. (더 이상은 spoiler일 터, 생략한다. 하여튼 그 장면들은 두고두고 보고 있다)

아츠히메는 거의 50화 전편에 걸쳐 대립구도의 모든 이와 친구가 되는 친화력을 발한다.

 

http://vorablog.tistory.com/79  : 시마즈가의 양녀가 되기 결심하는 장면의 클립 및 대화록

 

미야자키 아오이와 사카이 마사토의 대담록 (아래 6번 링크의 대담 클립을 함께 참조하는 것이 좋겠다.)

http://sparrow.egloos.com/  : ('일본드라마'-관련인터뷰 카테고리에 대담록이 1, 2, 3 번역되어 있음.)

카고시마에서 2008년07월26일 가진 대담록 (마찬가지, 6번 링크를 걸고 참을성 있게 기다리면 볼 수 있음)

http://ameblo.jp/pour-rien/entry-10121403765.html (일본블로그. 이걸 텍스트로 모두 옮기다니, 강적임.) 

 

http://rubycrab.tistory.com/  : '아츠히메(篤姬)' 카테고리에 드라마 매편의 사진과 기사((공식홈페이지 'topics', 각 화의 예고편) 원문, 번역을 볼 수 있음. 분량 됨. 다 정독하려면 10시간 정도 걸릴 듯.

 

뭐, 간헐적으로 튀는 스토리는 아츠히메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 전개이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극중 코마츠, 사이고, 오오쿠보의 의견이 엇갈리는 장면이 후반에 이어지는데 결과 중심일 뿐, 그 인물들이 그리 사유하게 된 과정을 다루지 않은 점이 아쉽다. (하긴 사이고 타카모리의 경우 행동을 해석할 사료가 남아있질 않단다.) 글치만 1853년 페리의 쿠로후네 이후 1883년 까지 일본 근대사 연대기가 머리에 정리되어 들어온 점은 수확이다.

 

이에사다가 실제 어떤 인물일까 궁금해져서 검색하니 (위 링크에 있다), 뇌성마비였으나 나름 총명한 편이었다는 증언이 있단다 (멍청하다는 지적은 시마즈 나리아키라 등과 비교되어 하는 말이고 다이묘 중 그에 못한 이가 허다하다는). 독이 겁나서 할아버지가 내 온 밥을 안 먹었고 할배와는 불화에 접어들었다는 에피소드는 드라마의 설정과 부합한다. 근데 자기 보다 잘 생겼기 때문에 (15대 마지막 쇼군이 되는) 요시노부를 싫어했다는 부분은 아츠히메와 코마츠 타테와키가 드라마처럼 빈번하게는 만나지 못했다는 점과 더불어 실화만으로 꾸리지 못하는 드라마의 한계려니 한다. ('그것만으로 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는 장면이 드라마에 나옴.)

 

글치만 한번 반하면 앞뒤 가리지 않게 되는 걸까? 몇 가지 눈에 거슬리는 점이 있지만, 이제껏 보아온 NHK대하드라마가 꽤 되는 와중 (신센구미, 공명의 갈림길, 풍림화산...) 처음으로 5.0 만점을 아츠히메에 때렸다. 같은 인물과 배경을 다룬 오오쿠(칸노 미호 주연), 굽기만 하고 쳐박아 둔 그것을 보며 이 감동을 되새김해야겠다. (2009.04.24)

 

2. 오오쿠 (大奧) 2003년 판

 

오오쿠(大奧) 2003년 판(후지TV)을 봤다. 칸노 미호(菅野美穂), 아사노 유우코(浅野ゆう子), 이케와키 치즈루(池脇千鶴) 등이 주연급으로 나오는데 그럭저럭 볼 만 했지만 감동은 없었다. 이럴 때 품격이 다르다고 하는 게지. '사극'이 아니라 걍 '시대극'으로, 거의 모든 면에서 어설펐던 것. 스토리, 연기 (특히 칸노 미호), 예법, 어법, 스케일, 역사 해석, 음악...이게 다 아츠히메를 보고 나서 본 탓일 게다.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1985년판 애니매이션을 보고 뭐 저리 그림이 후지냐? 하는 평을 하는 것과 같다. 또는 에반겔리온, 당시에는 혁명적인 발상이었다잖아?

 

아츠히메의 연출자가 오오쿠와는 배경, 등장인물이 같으나 전혀 다를 것이라고 (방영 전) 말했다는데, 실로 그러하다. 공통점이라곤 오카다 요시노리(岡田義德 ; 篤姬의 오빠로 나옴)가 비중있는 역으로 등장한다는 점 밖엔 없다. 하여튼 오오쿠의 배역도 호화롭다. 이후 2006년 공명의 갈림길에서 아사노 유우코가 네네(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정실)역을, 2007년 풍림화산에서 이케와키 치즈루가 산조부인(타케다신겐의 정실)역을 한다. 

 

결론은? 현란한 색조에 눈요기는 될 지언정 아츠히메를 본 이라면 오오쿠(2003)은 영...비추이다. 그렇다고 아츠히메를 보지 않은 이에게 권하고 싶지도 않다. 왜냐면 그래도 역사적 사실에 입각하므로 큰 줄기를 미리 알게 되는 게 되거던. (주요 등장인물이 몇 년 후 어떻게 된다는 거 미리 알면 재미가 반감) 아마도 내가 오오쿠 2003에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 것은 가십은 있으되 휴머니즘이 없기 때문이지 싶다. (2009.04.25)

 

3. 오오쿠 제1장 (大奧 - 第一章) 2004년 판

 

오오쿠는 진화한다. 같은 후지TV제작인데 1년 간 무쟈게 다듬은 모양이다. 2003년 판의 어설프고 예법에 어긋난 장면이 많이 순화되었고 스케일도 커졌다. 아마도 전편이 호응을 얻어 투자를 더 할 수 있었던 모양. 무엇보다 출연진의 연기가 된다. 오오쿠의 초석을 닦은 주인공역 마쯔시타유키(松下由樹), 언제 봐도 이 아줌마 연기는 대단하다. 시대적 배경은 3대 쇼군 이에미츠(家光) 전후, 역사물을 보는 관점이라면 1~3편이 볼 만 하다.

 

4편~11편은 등장하는 각 여인네들과 주인공이 오오쿠 안에서 부대낌의 연속을 그리고 있는데, 뭐, 그럭저럭 볼 만 하다. 오오쿠 내부를 묘사하는 장면들이 전편에 비해 훨씬 충실해져서리 그닥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이건 등장인물들의 가치관이 어느 정도 섬세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에 몰입을 도와준다는 뜻도 된다. (사건 나열에 급급한 전편과는 쨉이 안되게 인간과 가치관을 묘사하고 있음)

 

뭐, 아쉬운 점도 꽤 된다. 그 중 전편에서는 칸노 미호가 그랬는데, 우는 장면은 잘 되는데 대본을 읽는 듯한 연기의 세토 아사카 (瀬戸朝香), 이 언니 대사 연기가 미모를 따라 갔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눈이 즐거워 참을 만 했다. 이 정도라면 아츠히메와 더불어 참고작으로 추천할 만 하겠다. 다만 1~3편에 잔혹한 장면, 4편 이후 성적 묘사가 완곡하게 등장하는 바, 웬간하면 15세 이상만 보시는 게 좋겠다. (2009.04.26)

 

4. 오오쿠 (2006 영화)

 

영화 오오쿠(2006년)은  꽤 괜찮았다. 위 드라마 둘의 극본을 쓴 사람(浅野妙子)이 같으며 등장인물도 드라마 둘의 주조연급들이 몽창 등장한다. 여주인공이야 나카마유키에(仲間由紀恵), 남주인공은 오오쿠2004의 쇼군역을 한 니시지마 히데토시(西島秀俊). 아무래도 영화니까 2시간 분량, 절제된 스토리가 압축적으로 펼쳐진다. 영화 보는 동안 눈은 참 즐거웠다. 그런대로 철학이 들어 있는, 지극히 일본스럽게 절제된 러브스토리.

 

무엇보다 만족스러웠던 것은 에도의 거리, 풍물을 담뿍 간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 시대적 배경은 1713년 7대 쇼군 때, 소재는 실화로 보인다. 그러니까리 오오쿠 시리즈만 보면 1, 2, 3, 5, 7, 13, 14, 15대 쇼군을 볼 수 있다. 3대, 8대를 명군으로 일컫는다지. 막부 말 13대 부터는 역사 공부 재료가 되겠다. (아츠히메를 보면 원 없이 공부 된다.) 중간 극장 장면에선 셀위댄스의 콤비가 깜짝등장하기도 한다. (타케나카 나오토;竹中直人)

 

내가 위에 연기가 안된다고 평한 두 이쁜 언니들이 캐스팅에서 빠진 점은 흥미롭다. 여하튼 연기가 되는 주조연급들이 여러가지 인간 군상 플레이를 열연하는데, 남녀 주인공들이 소통을 이루는 과정이 조금은 어려웠다. 답답한 부분도 있지만, 매우 일본스러운 결말을 향한 전개에 군더더기가 별로 없다. 추천. (2009.04.27)

 

5. 오오쿠 - 화의 난 (2005년 판) 

 

드라마로는 마지막, 2005년에 나온 '오오쿠-華의亂'은 5대 쇼군 츠나요시 시대 때 이야기이다. 2004년 판 마지막에서 언급한, 오타마가 쇼군의 어머니로서 막강 권세를 자랑하는 인물로 나온다. 재미는 2004>2005>2003 순. 주인공 역을 한 우치야마 리나(內山理名) 역시 한 미모에 우는 연기는 좋지만 통 대사를 읽는 듯 하더라는 것. 몇 가지 역사적 사실을 접했다는 것 이외에는 음모와 술수, 나름 반전이 꼬리를 이어 영 취향이 아니었다.

 

1~3화는 나름 철학적 소재, 절대 군주가 신하의 아내를 탐할 경우, 그 신하가 취할 바람직한 행동은 뭘까? 왜, 어떻게 살 것이냐를 묻는다. 어떤 선택이라도 사후 포장, 자기 합리화는 가능하다. 예전 어느 기업에서 SARS가 창궐할 때 중국 출장을 가느냐 마느냐 갈림길, 그럴 때일수록 방문하면 상대가 감동한다며 강행한 사례가 있단다. 지금 돼지 인플루엔자 phase 5, 일본 기업들은 해외출장 전면금지령을 내렸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사람 가치가 달라서일 터이고, 일본의 민폐 문화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출장자가 돌아와 병을 퍼뜨린 것이 알려지면 그 기업은 아마 존속하기 힘든 게 일본 땅이다. 여하튼, 물고 물리는 여인들의 난투극을 감상하고픈 이라면 2005년 판은 추천할 만 하다. 3편 중 쇼군 측실이 젤 많이 등장하여 눈은 즐겁다. 글치만 시리즈 다 봤다는 실적을 쌓기 위해 (소유욕) 이를 악물고 끝까지 본 나로서는 나름 진지한 드라마 원하는 이에겐 비추이다.

 (2009.05.02)

 

6. 篤姬 링크

 

커...덧붙여 '아츠히메', '篤姬'로 검색하니 작년(2008년) 일본 열도가 아츠히메 열풍이었단다. 대하드라마로서는 시청률이 이례적으로 높았다는 것 (평균 24.5%, 이건 일반드라마로도 손으로 꼽을 수준) 드라마가 녹여낸, 시청자의 감정 이입을 도운 코드가 꽤나 있을 터, 50화 전편을 다 보고 일본어가 되는 이라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봄직 하겠다.

 

http://puna.tistory.com/category   : 웬간한 촬영 전후의 뒷 이야기, 인터뷰 등을 착실히 모아놓은 블로그.  2008.09.27 있었다는 촬영 종료식('크랭크업')은 볼 만 하다. 더불어 2008년07월 카고시마, 2008년08월 NHK 후쿠오카에서 진행한 미야자키 아오이와 사카이 마사토의 대담 둘도 끈기만 있다면 볼 수 있다. (한 클립 보려면 1시간 이상 걸린다. 걸어 놓고 딴 일 하고 돌아와 채워지면 감상) 종영 직전인 2008년12월초 미야자키 아오이가 출연한 NHK 특집 둘은 아래 링크의 속도가 보다 빠르다.

 

http://video-search.yahoo.co.jp/web_search?p=%E7%AF%A4%E5%A7%AB&yz=1&b=1&dr=long

야후재팬에서 검색한 동영상 모음. 아마도 NHK가 방영했던 클립은 유투브 등이 삭제하는 듯, '약관 땀시 삭제했슴다'가 꽤 뜬다. NHK오오사카가 제작한 '역사의 그 때' 시리즈 (특히 코마츠 타테와키 편)는 볼 만 하다. 50화 직전 특집으로 꾸민 대담 프로그램 2개도 추천. (근데 '놓치면 (안 보면) 손해이다'는 언명은 논리적으로 정합하긴 한 걸까?)

 

어쨌든, 남들 다 본다는 이유로 드라마를 고르진 않고 티브이를 통 보지 않는 편인 나인지라, 우연히 고른 드라마를 모처럼 재미 있게 보고 나중에 그것이 베스트셀러였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파생 공부로 연결된 것은 유쾌한 일이다. 주요 장면을 짜깁어 클립 40개로 묶음을 만들었는데 3시간 분량. 기실 탐닉도 소비려니. (2009.05.09)

 

7. 바람의 검 - 신선조 (壬生義士傳 ; Mibu Gishiden, 영화)

 

덤으로 묻어 두었던 (굽기만 하고 보류해 둔) 영화 중 시대극으로 분류할 만한 란(亂,1985), 카게무샤(影武者,1980), 쟈토이치(座頭市, 2003), 바람의 검(壬生義士傳, 2003)를 봤다. 재미와 추천은 역순. 이거야 일본 역사를 얼마나 접해 보았느냐, 지식 때문에 픽션의 감동이 덜해지는 성향이냐 아니냐가 좌우할 일이겠지만.

 

란이든 카게무샤든 영화 스케일은 대단했다. 특히 전투 장면. 극적 긴장의 충실도는 카게무샤 편이 더 나았다. 다만 2007년판 NHK 대하드라마 '풍림화산(風林火山)'을 본 이후인지라 사실 관계가 신경 쓰여 몰입이 덜 되었다. (타케다 신겐이 죽은 후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생 노부타카가 드라마에서는 형 보다 먼저 죽는다)

 

키타노 타케시 감독/주연의 쟈토이치는 강추. 잔인한 장면이 줄을 잇지만 나름 휴머니즘과 유머를 맛볼 수 있다. (중간 중간 밭일 하는 4인조의 율동/박자를 눈여겨 보시라) 마지막엔 출연자들이 포함된 군중이 탭댄스 추는 장면으로 마감하는데, 이거 보려고 영화 봤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흥겹다.

 

그리고 '바람의 검-신선조'로 한국에 번역된 영화. 2003년 개봉된 모양인데 원제 '壬生義士傳'가 훨씬 주제에 부합한다. 미부(壬生; 보통의 일본인도 잘 못 읽는 한자)는 교토의 지명인 바

신센구미(新選組)의 전신이 미부로오시구미(壬生浪士組), 이 영화의 주인공 요시무라 칸이치로 (나카이 키이치 (中井貴一)가 연기)를 의사(義士)로 그리고 있다. 후반에 늘어지는 장면이 답답했지만 이 영화는 강추이다. (피범벅 잔인 폭력이 난무하므로 알아서들 보시라)

 

교토 니시혼간지(西本願寺)를 가면 화려한 절 외양과 더불어 신센구미가 한때 본영으로 썼다는 푯말을 볼 수 있다. (영화에도 절 안에서 대포 사격 연습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렇듯 드라마와 영화를 열심히 보면 여행이 배로 즐거워지는 부수입도 있더라는.

 

사토 코이치(佐藤浩市)가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사이토 하지메(2004 NHK 대하드라마 신센구미에서는 오다기리 죠가 하는 역할)로서 영화의 줄거리를 풀어가는 화자 역할을 하는데, 신센구미 최고의 칼잡이인 오키타 소오지(沖田総司)역을 영화에서는 사카이 마사토(堺雅人)가 맡는다. 그는 2004 드라마에서는 야마나미 총장 역을 (2002년 영화 찍을 때 드라마 섭외가 들어왔단다), 2008년 아츠히메에서는 이에사다 역을 열연한다.

 

이 영화를 보며, 전통적 義를 추구한 시골 사무라이, 그 집합체인 신센구미가 마지막에 겪었을 가치관의 혼란을 가늠할 수 있다. 260년 이어온 막부, 토쿠가와에 입은 은혜를 갚고자 나선 행동이 실제는 (천황에 대한) 반역이라니. 일본 사회가 영원히 추구하고자 하는 가족에 대한 사랑, 가부장으로서 책임, 사무라이로서 지키라고 되어 있는 절제, 권위가 밥 먹여주지 않는 현실, 글치만 개똥밭에 뒹굴면서도 마지막까지 존엄을 잃지 않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가치관의 충돌은 있지만 뿌리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영화에서는 사카모토 료마를 신센구미가 죽인 것으로 냄새를 풍겨두고 있던데, 막부, 죠슈, 신센구미의 3가지 설이 있단다. (드라마에서는 죽은 다음 신센구미가 도착하는 것으로 설정) '누님, 나는 일본을 세탁하고 싶어요'라고 편지를 쓴 적이 있다지. 이상을 관철하기 위해 지름길을 가다 보니 적이 많아졌다는 이야기인데 내년도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사카모토 료마역을 한다는 NHK 대하드라마 '龍馬傳'에서는 어찌 다룰지 봐야겠다.

 

하여튼 사진 한 장을 매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일품이다. 1860~1868년 메이지 격동기 역사를 어느 정도 접하고 2004 드라마를 본 상태에서 영화를 본 탓에 이 인물은 누구였다며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다. 덕분에 막부말 이야기 거리를 보완, 앞으로 보다 가열차게 이빨 풀 수 있다고 생각하매 뿌듯하다. (2009.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