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까락 운동/지식창고

안압(眼壓)과 녹내장(綠內障)

섬그늘 2013. 8. 24. 23:53

녹내장(綠內障;glaucoma;りょくないしょう)이란, 한자 그대로 '안에 녹색을 띤 장애'를 말한다. 안구의 시신경을 촬영한 사진을 보면 살아 있는 신경은 붉은 색, 죽은 것은 녹색을 띤다. 무엇인가가 원인이 되어 시신경을 죽이고 시야를 좁게 하며 종내는 눈이 멀게 하는 병이 녹내장이다.


내가 녹내장 판정을 받은 것은 3년 전의 일이다. 현대 의학으로도 이 병은 완치란 것이 없고 진행속도를 늦추는 것이 최선이란다. 꾸준히 안구의 압력, 안압을 정상치 (10~20mmHg) 이내로 관리하며 정기검진을 받고 있다. 늦게나마 외양간 고치기지만.


일본으로 다시 건너와 2년이 흘렀다. 그 동안은 한국에서 다니던 안과 (분당 서현역 연세안과)에서 처방 받은 약으로 버텨왔는데 이제 취업도 결정되었고 해서 안과를 찾을 생각을 했다. 동네 안과라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검사장비와 의료서비스 수준에 무척 감탄했다. 약 처방을 받아 약국에도 등록 안압을 관리하는 약을 샀다. 이 나라에서는 어떤 약을 구매했는지 기록하도록 약수첩을 준다.


병원 게시판에 [안압과 녹내장]이란 제목의 포스터가 붙어 있길래 유심히 봤다. 이제껏 내가 접했던 지식과 일치하는데 아직 접하지 않은 이가 이해하기 쉽도록 매우 간결명료하게 설계되어 있다고 판단, 사진을 찍어 왔다. 여기에 그 사진과 번역을 붙인다.




***


안압(眼壓)과 녹내장(綠內障)


우리들의 눈 안은 액체(방수;房水)로 차 있고, 둥근 형태와 크기를 유지하기 위해 마치 공 처럼 안에서 밖으로 압력이 걸려 있습니다. 이것을 안압(眼壓)이라고 부릅니다. 안압이 지나치게 높아도, 지나치게 낮아도 눈에 문제가 생깁니다. 안압의 비정상으로 인해 생기는 병 중 하나가 녹내장입니다.


방수(房水)는 눈 속에 만들어지거나 밖으로 흘러 나감으로써 안압을 조절합니다. 어떤 원인으로 인해 방수가 눈 밖으로 흘러나가기 어렵게 되면 안압이 높아지고 눈 속의 시신경이 상처를 입어 점점 보이는 범위가 좁아지게 됩니다. 이것이 녹내장입니다.


그러나 안압의 상승=녹내장은 아닙니다. 시신경이 상처를 입기 쉬운 사람은 안압이 그 정도로 높지 않은데도 녹내장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거꾸로 시신경이 안압에 강한 사람은 안압이 높아도 녹내장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안압검사 뿐 아니라 눈 깊숙한 곳(奥)의 혈관과 시신경을 조사하는 안저(眼低)검사랑 보이는 범위를 측정하는 시야검사를 받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녹내장은 모르는 사이에 병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그대로 방치하면 실명이 되어 버리는 수가 있습니다. 빨리 발견하여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기적으로 눈 검사를 받읍시다. (번역 끝)


***


이 설명문을 설계한 사람에 감탄하는 한편, 아직 무지한 이의 처지에서 보면 사실 이상으로 과장하여 병원 장사를 도모한다는 인식을 받기 십상이겠다 싶다. 늘 인식을 우롱당하는 것 아닐까 의심하다 자칫 중요한 대목에서 속단하여 자신을 망치는 헛똑똑이가 되어 버리기도 하는, 자본주의 현대사회에 사는 고단함이다.


나는 일본에서 받은 정기검진에서 시야가 좁아지고 있다, 안과검진을 받으라는 경고를 받았으나 병원에 돈 쓰기 싫어 호들갑이겠거니 개무시, 반년 후 한국에 귀임, 찜찜하여 안과를 찾아  녹내장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무지하고 쓸 데 없는 곳에서 대범한 주인을 잘못 만나 죽어버린 20% 정도의 시신경은 살아나지 않는다.


안경을 새로 맞춰야 한다는 큰 아이에게 꼭 안과에서 처방을 받으라고 했더니 그 동안 안경점에서 시력검사해서 잘 쓰고 다닌다는 반응. 거품을 물며 설명했더니 그제서야 귀찮지만 고려해보겠단다. 하긴 나도 안과에서 안경처방 받기 시작한 것이 갓 2년 되었으니 할 말 없다.


이거이 다 겪어야 수긍하는 유형들일 게다. 어떤 일을 하든 최악을 상정해야 한다고 설레발을 치면서도 왜 정작 자신의 건강에는 병이 생길 때 까지 관리를 게을리하는 것일까? 애시당초 자동차의 타이어, 등산화, 건강검진에는 돈을 아낄 일이 아니다. (2013.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