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까락 운동/방사능

어렵네요, 지나가다님에게

섬그늘 2014. 1. 10. 21:02

아래는 별작가님 Car Story 블로그에 단 답글. 별 효용 없이 길어지기만 해서 이리로 옮기고 링크 달아 둠.


작가님 블로그


섬그늘 2014/01/10 01:43

어렵네요님, 그리고 위에 적어주신 지나가다님 함께 봐 주십시오. 오늘은 제 옛 이야기를 좀 하고 주장을 마지막에 붙여 보겠습니다. 이 글 길겁니다만 부디 끝까지 보아주십사 부탁합니다.

저는 50대 초반입니다. 30대 후반까지 아무 생각 없이, 글치만 누구 못지 않게 균형 잡히고 지성적이라 폼 잡고 살았지요. 그러다 1998년 10월, 천리안 토론실에서 '월간조선과 최장집'을 만났네요. 그 후 침식을 잊고 모은 자료를 파고 들어 안티조선 길에 들어섰고 15년 지난 지금까지 그 때 형성된 인생관의 큰 변화는 없지 싶습니다.

조선일보의 이력, 속성을 들여다 본 후 제 결론은 '내가 당연시해오던 정론지가 아니다'였습니다. 제가 겪었던 충격을 요약하면, 거의 40대가 되도록 저는 헛살았던 겁니다. 약간의 공부면 제 옛 인식이 틀리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전 제 인식이 저를 속이고 있을 가능성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거기서부터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저는 데카르트의 '의심',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를 만났습니다. 옛적 읽고 겉멋으로 안다고 생각했던 삶의 자세가 실상은 이런 것이었구나...내가 모르고 있다는 걸 알아라, 철저히 의심하라고 그 옛날 그 사람들은 도달해 있었던 것이지요. 그 후 어떤 사안을 만나든 저는 제 인식을 의심부터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정작 돌봐야 하는 것은 '현재의 인식'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겉껍질일 뿐, '오류가능성을 짚지 않고 있는 나의 자세'가 가장 돌볼 대상이라고 깨달았지요. 주위를 돌아보니 조선일보는 발행부수 1위였습니다. 30대 후반의 저처럼 인식 오류(보는 신문)를 지적당하면 인격 모독으로 간주하는 이가 많다는 결론이었지요.

제 사유는 '각성한 개인의 연대'로 옮아갔고 3년간 일생 글 다 쓸 정도 게시판 생활을 한 후 노무현 대통령 당선 후 노사모를 탈퇴, 일상으로 돌아와 10년 흘렀네요. 그 동안 발 담근 토론은 2008년 광우병 하나. 그리고 지금의 방사능입니다. 자신이 납득해야 하는지라 시작단계에 시간 대부분을 쓸 수 밖에 없고 지금 것은 2개월 70시간 정도 된다는 것이지요.

이번 것은 제게 무척 신기한 체험입니다. 이곳을 비롯, 3군데 게시판에 비슷한 논지 글을 적고 있는데 누구도 제 블로그 작업 참고 후 찬반 비슷한 흔적 남긴 이 아직 없습니다. 그것은 제 접근이 서툴렀거나 듣는 이의 인식이 그 만큼 견고하다는 뜻이지요.

한국넷에는 노무현 이후 이명박 문재인 박근혜 안철수 찬반 양론 인물평이 넘칩니다. 들여다보면 말하는 이의 확신을 쉽게 접하는 바, 인식 오류에 속고 있을 가능성을 자기 점검한 흔적 보기는 어렵지요. 스스로 하기 어렵다면, 그런 자세를 다짐하는 이끼리 서로 두들겨주는 것이 차선입니다. 다소 깨지는 아픔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길이지요 (오류로부터 함께 해방).

저는 '제가 먼저 깨달은 자'라고 쓰고 있지 않습니다. 과거의 저에 비해 계기를 만나 인식 전환을 경험한 자라는 겁니다. 그래서 사람의 인식이 무척 나약하다는 것, 그 오류 가능성 지적을 공격으로 간주하고 보호하려 한다는 것을 적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류로부터 해방된 자아를 추구하려면 자기 인식과 싸우며 평생을 몸부림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말한지 15년 되었습니다.

이런 제가 지난 11월11일, 이른바 '빼빼로 소동'을 넷 실검으로 접했습니다. 제 작업의 경로는 11/14 첫 글 부터 보실 수 있습니다. 제 글쓰기의 목적은 '깨달은 이 끼리 연대'에 있습니다. '깨달음'이란? 인식이 얼마나 괴물 같은 것인지 깨닫는 겁니다. 필연적으로 충격을 받아야 하므로 그 깨달음 쉽게 오지 않습니다. 비슷히 겪은 저는 운이 좋았던 것이지요. 그 점에서 제겐 조선일보가 고마운 존재입니다. 마침 이 건을 보니 한국 사람 대부분 오류에 잠겨 깨어나지 않은 상태.

소수 진지한 토론을 구석에서 하고 았는 과학계를 제외, 계기를 가질 계기가 없었던 한국의 벗들에게 위의 깨달음의 계기를 선물할 무척 좋은 재료라고 저는 판단했습니다. 나름 정성을 다해 후속 작업을 이어 가며 게시판 소통을 시도하며 40일 지냈네요. 결과는? 보시는대로입니다. 제 글을 2회 이상 정독한 이는 전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네메시스님 글 3회 이상 정독과 속독을 반복했건만.

제 주장을 씁니다. 한국의 다수 여러분, 일본의 다수 백성은 철저히 의심 않아 자기 확신 상태에 있습니다. 말씀처럼 피할 수 없는 위험은 과소평가하며 피할 수 있는 위험은 과대평가하는 것이 사람 인식의 속성이지요. 그거 약간 공부로 판단을 재점검하자, 다시는 형성된 인식에 속지 말자는 겁니다.

님의 지금 글 대부분 저는 반박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일례로 일본산 부품 안 쓰면? 시간 돈 들여 최적화한 것 버리고 비싸거나 품질 떨어지는 대안 찾는 시간 돈 들어갑니다. 피해는 소비자, 자신에게 돌아오지요. 경제 행위에 왜곡이 발생하는데 얻는 이익은 '추가되는 위험을 피했다' 입니다. 그 위험이 그 정도 가치가 있는지, 자리 수 정도는 비교해야지요. 그 외는 생략합니다.

일본은 더 심각합니다. 위험도는 그닥 염려 수준 아닙니다 (이걸 '일본은 안전하다'고 계속 읽으시는데 그 차이 이해가 어렵긴 하지요.)만 일본 정부의 자기합리화가 있기 때문. 초기 피폭을 방치한 걸 인정할 수 없으니 '별 거 아니다' 해야 하고 그거 보이기 위해 검사/증명 발행하는 자세입니다. 문제 제기하면 일본 대중도 몰상식 취급하지요. 정말 위험한 량이 있을 때 구멍이 생길 수 있는 겁니다.

이건 한일 양쪽 백성들에 좋지 않지요. 마침 일본에는 후쿠시마 초기 일본 정부와 언론이 한 날사기를 보고 '잘못 되었다'고 각성한 개인들이 꽤 됩니다. 한국 시민사회가 이들과 연계하여 최악을 막는 게 가장 바람직한 그림이지요. 그 기초 작업으로 후쿠시마 초기 자료를 모아둔 상태입니다. 근데 님들의 이런 글 보면 기운이 빠지네요. 뭐, 박정희 정권 40년 지났는데 이 모양이니 조급할 것 없는데 말입니다.

저는 다음 주 부터 태국 방콕에 1개월 출장입니다. 반정부 데모 중인 곳이지요. 어느 정도 위험인지 따져야 하는 처지인지라 첫 글을 블로그에 썼습니다. 이 역시 마찬가지. 이걸 제 블로그 광고로 여길 수 있는 일이군요. 글과 게시판의 한계려니 합니다. 제 블로그 100여건 다 읽으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시작을 않는다면 도리가 없지요. 따져보면 세상 대부분 사안이 그렇습니다.

그 나라에도 자기 확신의 정도가 굳은, 글치만 시작하기만 하면 지금 저 따위 수준을 담박에 뛰어 넘을 대중이 있습니다. 가난으로 교육 기회를 갖지 못한 선량한 이웃이 7천만 인구의 반 이상인 나라. 방사능과 태국 시위에 공통 코드 역시 인식입니다.

제가 '성실'이라고 적는 지점은 자신의 인식이 정합한지 의심하며 피드백 작업을 하는 성실성을 말합니다. 그거 불성실한 사람은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이지요. 지적수준을 뽐내는 글에서 그런 불성실을 느끼면, 한두번 겪는 게 아닌데도, 저는 매우 불쾌해집니다. 그 사연은 이 글 머리에 적었습니다.

...저로선 혼신을 쏟아 만든 글입니다. 3시간 썼군요. 진정이 조금이라도 전해졌다면 좋겠네요. 읽어주셔서 고맙다는 말은 쓸데 없이 폼잡는 말인지라 생략...하고 싶지만, 이미지를 중시한다시니 난감하네요. 가끔 건너 뛰어 보십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