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까락 운동/태국(タイ;Siam)

방콕 셧다운 열흘 째, '비상사태 선언'이란? (2014-01-22)

섬그늘 2014. 1. 23. 01:00

2014년 1월 22일, 수요일, 어제는 술이 떡이 되어 일기를 못 썼다. 일본 감자소주가 1,800바트 (5,500엔) 하던데 술김에 질러 아직 속이 쓰리다만 태국 동료와 유용한 대화를 나눴다. 여튼 요미우리신문의 어제 사설 '안중근 기념관, 해도해도 너무 한다'를 씹어줘야 하니 간단히 오늘 분위기만 기록한다.


1월13일 부터 시작한 '방콕 셧다운', 열흘 째. 이번 주 월요일 20일엔 이 대책 안 서는 반탁신파 데모대가 공무원들 출근 저지에 들어 갔다. 정부 기관 전기 물 끊는 것으로는 약빨이 안선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정부는 '이 때다'라고 판단했는지 '방콕과 부근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이제 60일 동안 수상이 언제든 경찰이든 군대든 투입, 데모대를 아작낼 수 있다. 딱 '쟤가 먼저 그랬어요' 수준의 장군 멍군이요, 유치찬란 극을 달린다.


(바트화가 떨어져 가길래 낮에 아속역 근처 환전소를 찾았다. TTB 0.309, TTS 0.32245니 기준율 0.316, 수수료는 2%. 가장 수수료 싼 은행이 0.5%라는데 1만엔 바꾸는 경우엔 신발값도 안 나오지 싶다.)


'비상사태' 그거 말만 삭막하지 쫄 건 별로 없다. 작년 11월 사면법 파동 이후 언제는 '안비상사태'였던가? 명분 쌓으며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일 따름, 선언의 효력인즉 수상이 무력 동원하거나 집회 제한을 할 수도 있다는 건데(그러면 외려 사태악화 우려, 금지는 않는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단다) 저렇게 대차게 수도를 '봉쇄'하겠다는 넘들이 허가 받고 집회하고 계실 리 만무하오니 실용성은 글쎄올시다다. 시위대 감소에 미치는 효과? 당근 없다. 걍 개무시하고 공연을 하고 있다. (2014-01-22 20:30 현재)


'비상사태 선언'했지만  '강경조치 취하진 않을 것' 태국 정부 발표 (2014-01-22 아사히신문)


위 링크를 찍으면 비상조치를 알리는 '경찰본부' 안내판을 망치로 부수고 있는 데모대 사진을 볼 수 있다. 국제 이미지 실추 우려하는 상공회의소 성명, '3개월 째 하고 있는데 웬 뜬금없는 비상사태냐, 웃기지 마라'며 데모는 계속된다는 수텝 전 부수상의 발언을 볼 수 있다. 태국 동북부에서 이번엔 친탁신파 붉은 셔츠 지도자가 총에 맞아 부상이라는 기사도 있다. 달리는 트럭에서 쏴서 맞췄다니 능력자 많은 나라다.

사무실 밀집한 아속역, 손님이 가장 많은 시간은 회사원 퇴근 시간인 18:30부터 19:00 쯤이지 싶다. 장기전이니 1시간 출석 도장 찍고 볼 일 보는 일과다. 오늘 19:00 쯤엔 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를 합창하더라.


   

항상 찍는 '뒷길', 텐트가 늘어서 있다. 집엔 언제 가나 그래...(왼쪽) 20:30 바라본 전광판 쪽, 휑...하다. (오른쪽) 형님들은 오늘도 들어오는 이 가방 검사를 하고 있더라. 동료 중 하나는 시위의 불법성을 탓하던데, 한국의 어느 분 논리라 듣기 반가왔다. 떳떳이 불법을 자행하는 무리와 합법(?)적으로 단위가 다르게 해처먹은 수상 일파의 힘 겨루기, 누가 더 나쁜 넘일까, 알아 맞춰 보세요 하는 대결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가까이는 열흘 후, 2월2일 하원 총선거다. 최대 야당 보이콧 상태에서 여당이 '압승'한들 정족수 미달로 하원을 열 수 없는 상태이니 선거가 갖는 의미라 해 봐야 '생떼에 굴하지 않고 선거 치러냈다' 정도다. 투표도 친탁신 지지층만 할 테니 밑지면 손해인 거다.


'밑지면'이란? 투표율이 형편 없이 나오는 난감한 사태다. 지지리 한심한 이 대치는 그걸 염두에 두고 밀고 당기는 난리블루스를 추고 있는 거 아닐까? 야당은 당근 선거 직전까지 집회가 이어질수록 주목 받으며 보란 듯이 선거 방해를 할 수 있으니 남는 장사다. 따라서 그 이전 '표를 갉아먹을' 전격 난폭 진압은  하기 어렵지 싶다. 암만 머리가 협조 않는 수상 언니시지만 그 정도는 아시리라 믿어 의심..한다. 통 자신이 없다.


아...불법폭력을 방치하다니, 청와대 어르신이 얼마나 개탄하고 계실까? 근데 이상타...'안중근 기념관'이라니, 그 이의 행위는 '불법폭력'아니던가? 대통령이든 한국 정부 발표는 그 행위 지지에 찬양하는 것으로 보이던데, 그러셔도 되는 건가? 갑자기 대상에 따라 불의에 따라 불법폭력이 괜찮을 때도 있다는, '불법'이라 해서 무조건 까부술 일 아니라는 귀한 깨달음이 집단으로 있었나 보다. 따져 보자. (2014-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