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까락 운동/태국(タイ;Siam)

방콕 셧다운 여드레 째, 시위 이모 저모 (2014-01-20)

섬그늘 2014. 1. 21. 01:50

오늘은 태국의 동료 (일본인, 태국인)로부터 여러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어제 못 올린 사진과 오늘 찍은 것들을 곁들여 소개한다. 태국의 쿠데타는 60년 간 4번이기도 20번이기도 하다. 전자는 성공, 후자는 불발 포함이다. 푸미폰 국왕이 존경 받을 만한 에피소드가 잔뜩 있는데 왕세자가 영 갸우뚱이라는 일화도 많단다.


예로써 어느 대학 졸업식 국왕 대신 참석, 축사를 하는데 "나를 본 영광의 대가로 모두 200바트 (620엔; 6,200원) 내라"고 했단다. 왕실 인사론 보기 드물게 이혼, 여배우와 재혼했는데, 왕세자비 된 그 미모의 여성 역시 행동이 미덥지 못해 세트로 미움 받고 있다고. 나이 50세인데 동생을 왕 시켜야 한다는 소리도 나오나 보다.


  

2014년 1월20일, 월요일, 왼쪽이 17:00 내려다본 아소크 거리. 하루 왼종일 이 정도였다. 오늘은 배식 모습도 못 봤다. 오른쪽은 18:21 모습. 퇴근한 넥타이 부대가 합류했나 보다, 무서운 속도로 참가자가 늘고 있다.


  

담배가 떨어져 가므로 필립모리스 팔 만한 곳을 수소문, 1차 후보인 동쪽 1정거장 Phrom Phong역에 가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퇴근해 역으로 통하는 거리로 나온 18:44분. 이 거리 찍은 이래 최다 인파. 뭔 일 났나?


역으로 통하는 구름다리 통로를 막고 돌아가라고 하고 있다. 경계 강화인 줄 알았는데 나중 보니 풀더라. 그 시간에 요인이 영어로 '탁신 싫어'하며 얼마나 말아 먹었는지 이야기하던데 뜨거운 호응이 이어졌다. 청중들이 '옷빠이'를 연호. 태국어로는 '물러나라', '꺼져'에 해당한단다. (그거이 일본어로는おっぱい、'찌찌'를 뜻하는 거시기 단어다.) 여튼 어제(19일)를 비롯, 사제 수류탄 투척이 이어지고 있으므로 말 되는 방어다.


빙 둘러 역으로 향하는 길. 우상단까지 가야 한다. 함부로 욕하단 맞아 죽는 수 있으므로 자숙하자 다짐한다.


우회하는 길은 멀고 험하다. 웬 사람이 그리 많아졌는지. 연단에 사람이 몰려 있는 것도 보기 드물다. 플래카드에 'SHUT DOWN BANGKOK, RESTART THAILAND'라 적혀 있다. 이 '봉쇄' 데모의 공식 구호인 모양이다.


길을 건너 뒤를 돌아 보며 찍은, 아무도 다니지 못하게 한 구름다리 통로. 위에서 던지면 위험하고 아래서 던지면 괜찮냐? 내심 시발거린다. 어제 적었듯 위험에 대한 대비로는 꽝이지만 어필 효과는 꽤 있다. 공포 분위기 조성으로 참가하는 이 맘이 보다 비장해진다. 외부자에게는 '우리 이렇게 목숨 걸고 하고 있어요'.


암만 그래도 급작스레 불어난 이 인파를 보며 갸우뚱. 동원령이라도 내렸나? 나중 쓰겠지만 그건 필요하다.


항상 찍는 구름다리가 막혀 측면에서 광장(실은 도로)을 찍은 사진. 규모, 밀도, 이제까지 중 가장 뜨겁다. 담배 사러 인근 역 까지 인파를 헤치고 다녀온 고생담은 생략한다. 알고 보니 그 때가 퇴근 시간의 절정으로 아소크역 인근은 항상 미어터지는 시간대로 이해하는 게 보다 적절하지 싶다.


어제 테러로 고양된 넥타이 부대가 하루 왼 종일 참을 만큼 참다 합류해 에너지를 분출한 장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왜냐면, 돌아와 20:00경 확인하니 꽤 많은 사람이 빠져 나가 있었던 것. 연단 부근은 여전히 꽉 차 있지만 처음 사진의 뒷길은 '행락객'이 드문드문 앉아 있는 풍경으로 변해 있었다.


그러므로 이렇듯 온 종일 체력장 집회 규모는 정의하기 나름이요, 지지의 척도인 '군중 수 x만 명'은 새겨 볼 일이다. 들고나는 수 모두 감안한 숫자, 있기 어렵고 특정 시점 숫자 정도로 인식해야 할 게다. 따라서 어제 날짜 아사히신문의 '참가자 수가 줄고 있다'는 모르는 일인 거다. 장기전으로 갈 수록 이 경향은 더해지겠지.


2008년 5월 한국의 광우병 촛불 광장이 그랬다. 한참 이어진 후 참가자 수가 줄어든 어느날 밟혔었지. 그 언저리 절정의 시점에 각하께서 '청와대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을 떠올렸다'는 한 감동 때리는 담화를 하셨었지. '긴 밤 지새우고...' 그렇지요, 이 위기 어찌 넘기고 언제 밟는 게 좋을까, 고민이 많으셨겠지요. 태국 인라크 수상 고민도 2MB 각하의 그것과 궤를 같이 할 터, 경찰이든 군대든 투입해 쓸어버리고 싶은 맘 굴뚝 아닐까?


Phrom Phong 역에 붙어 있는 Emperom 쇼핑센타 5층의 꽃 가게. 안구 정화용. 담배 사러 여기까지 15바트 전절비 내고 왔건만, 특급호텔 냄새가 나는 이 곳도 말보로에 윈스턴, 마일드세븐만 키우고 있었다. 딱 회사 옆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상품 구성. 동료가 말한 2차 후보, 훨 멀리 계시다는 암시장까정 가야 하나? 한숨이 나온다. 그래, 이번 기회에 담배 끊으라는 하늘의 계시인게야...식으로 착하게 생각할 내가 아닌 탓이다.


아소크 역으로 돌아와 호텔로 가는 길, 예의 뒷길에는 형님들이 사거리로 향하는 행인들의 짐 검사 까지 해주고 있었다. 인권이고 나발이고 반발한들 안 먹히는 분위기. 근데 그 반대편인 역에서 나오는 인파는 냅두고 여길 막으면 뭘 하나 그래...짐 검사는 이제껏 일 주일 중 가장 과격 형태 (첨엔 얼굴 확인, 담엔 회중전등으로 두번 비추기, 세번 째가 지금이 그 전등 가방 속에 들이대 확인)인데 행인들은 별 군소리 없이 순순히 응한다.


현재 스코어 새벽 1시, 1시간 전 스피커는 죽었아오나 예의 댄스뮤직으로 마감한 탓에 쿨다운이 쉽게 안되는 이들이 여전히 시끄럽다. 오늘 사무실에선 진지하게 만일 사태 때 어떻게 할 것인가 회의가 열렸다. 미루던 숙제 이제 한 것이지. 대충 3가지 시나리오 별로 대책이 나온 나름 유용한 시간이었다.


전철 끊어졌을 때, 사태가 유혈로 발전했을 때, 빌딩 마저 폐쇄되었을 때. 2010년 폭력 사태 넷의 사진(검색어 '태국 폭동')을 동료가 보여주는데 붉은 셔츠가 한 과감 한다. 내가 가장 우려하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테러 단 1건이 그 때 일어났단다. 좀처럼 이 동네는 양측의 전면 충돌은 발생 않는다. 친탁신파 촛불시위도 양측 합의로 멀찌감치 따로 연다. 아직까지는 쌍방 조심하고 있는데 뭔 계기로 터질지 모르는 것.


(이제부터는 어제 치열한 경쟁에서 아쉽게 탈락했으나 삭제는 버텨낸 사진의 재활용. 패자 부활전. 아소크역 밑 노점상의 나름 독특한 디자인 셔츠.) 일본인 동료의 푸념, 방콕의 일본대사관이든 일본기업인연합회든 만일 사태 대비한 경보 발령 역할은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연합회 홈페이지의 '알림다'란은 작년 9월이 최근 업데이트일. 대단한 동네다. 일본대사관은? 1월17일. 그 동안 안녕하신지 확인할 길 없는 홈페이지다.


 

(왼쪽은 아소크역 플래폼에서 올려다 본 회사가 있는 빌딩. 항상 위에서 이 쪽을 찍고 있는데 저 모양으로 삐딱 기울어져 있으니 폼은 다소 나지만 사진 그림이 안 나와 이 방향의 연단 주변 그림이 안 나오는 게 지금 내 불만 중 하나. 오른쪽은 Chit Lom 역에서 왕실경찰대 방향 2층 통로의 영문 격문. '선거 전 깨끗하고 공평한 선거를 위한 재구성이 필요하옵니다.'는 뜻인데 금품 살포 전문인 탁신 패거리 몰아내자는 속뜻이 깔려 있다.)


반탁신파의 작금 '방콕 봉쇄' 일 주일 결산을 하면, 물리적 성적은 별로다. 임팩트 있는 결과를 만들지 못한 것. 정부 청사 전기 수도 끊기, 거점의 교통 통제로 얻은 게 거의 없다. 그래서 로이타 따위 외신이 지지 세력을 결집하지 않고 7거점 20개소로 분산한 수텝 지도부의 전술적 실패를 이야기한다.


근데 내 시각으로 보면 다소 어거지에 가까운 '방콕 셧다운' (명분이 약하다. 탁신 복권을 의도한 수상 일당의 법안은 12월 의회 해산, 상원 부결로 성공적으로 막아 냈다. 장군에 멍군으로 거기서 끝날 일을 예기치 못한 뜨거운 지지에 고양되 한 걸음 더 나아가 '정권 퇴진'까지 욕심낸 거이 지금 사태의 시발이다.)을 성공적으로 진행시키고 있다. 시작이 약간 켕기는 상태였는데 붉은 셔츠로 보이는 테러가 때 맞춰 협조해줘 사그러들 불이 지펴지고 있다.


즉, '봉쇄'는 되기도 어려울 뿐더러 효용도 의문이다. (탁신 패거리, 눈 깜빡할 넘들 아니어 보인다.) 반탁신파에게 가장 좋은 그림은 되도록 시끄럽게 하고 관심을 끌어 한 명이라도 이 편이 되게 하는 거다. 그 점에서 '셧다운'은 기발한 기획이었으며 전 세계 관심을 끌었고 손님을 모았다. 노점 장사 잘 된다. (태국인 동료 하나는 노점 악세사리 갖고 싶은 게 많은데 돈이 웬수다고 한숨 짓더라.) 보다 장기화가 가능할수록 남는 장사다.


그런 면에서 결집 보다는 분산을 택한 지도부 결정은 탁월했다고 나는 본다. 전면전이 아니거든. 결집은 언제든 '동원령' 한 방으로 할 수 있는 거다. 트윗을 비롯한 SNS 시대 아닌가? 거꾸로, 가끔 (일주일 한번 정도?) 구실을 만들어 총동원령, 한 곳에 집결해 세를 과시할 일이다. 관심 끊기지 않아 좋고 참가자 스트레스 풀고, 모금해서 지화자, 탁신 패거리 패 말리게 하고. (이 쪽이 억지면 수상측 선거 강행은 막무가내에 가깝다.)


(왼쪽은 랏차담리 거리의 주최측이 준비한 측간 버스. 왼쪽이 여자, 오른쪽이 남자 화장실. 처절한 준비의 산물이다. 비로소 집회참가자 볼 일은 어디서 보나? 하던 내 의문이 풀렸다. 오른쪽은 '붉은' 셔츠 입은 사람 있나 눈 붉히며 찾다가 만난 붉은 상의. 즉, 붉은 '셔츠' 입은 태국 성인은 한 명도 못 봤다. 목숨은 소중한 것.)


막무가내 정면(거기가 어딘데?) 돌파는 묻지마 지지가 믿는 구석이다. 근데 가끔 툭 던지고 달아나는 테러는 뭔가? 무신 수류탄이 어떻게 만들었길래 불발 아니면 터져도 수십명 부상으로 끝나냐? 한 번 터지면 25명 사망 (지난 주 파키스탄) 정도는 되어야 시위대 겁 먹을 거 아닌가? 돈이 모자라나? 음...돈 밖에 없는 탁신 패거리지만 돈 쓰는 게 인색할 수는 있는 일이겠구나. 하긴 있는 넘들이 더한 법이지.


(노보텔 지나 두번 째 사거리. 알고 보니 '전승 기념탑' 가는 길. 3발 택시가 늘어서 손님을 부르고 있다. 저 때가 4시 반, 근처에서 폭발물 터진 걸 아는지 모르는지 까딱 없이 세상은 굴러 간다.)


내 사무실의 태국인 동료들은 모두 반탁신 지지 노란 셔츠 성향인 모양이다. 출신은 남부, 북부, 수도권 다양한데 한결 같다. 대졸에 도회 생활하는 공통점? 사리사욕면에서 민주당도 남 부럽지 않지만 전 나라를 사유화한 탁신에겐 새발피 체급이다. 엄청 나쁜 넘이냐 보통 나쁜 넘이냐 골라 잡기라면 당근 후자가 바람직하다.


그런데 쿠데타 나면 결사항전이라고? (손티 전 장군의 우려) 글쎄다. 2006년 쿠데타는 '우리에게 유익한 경험이 아니었다'는 인라크 수상의 발언은 '우리'가 탁신 패거리를 말한다면, 쫓겨난 넘들에게 유익한 경험일 리 없으니 당근 맞는 말일 게다. 다시 그런 사태 오면 '결사항전'할 일이지. 돈이 받쳐주니 뭔들 못하겠냐. 양쪽 논리와 세력이 막상막하일 수 있겠다.


남아 있는 방법은 탁신 패거리가 심하게 해 먹은 증거가 극적으로 튀어나와 충격을 주는 거다. 균형이 깨지는 거지. 국가부패방지위원회가 한다는 308명 하원의원 (탁신 계열) 수사 착수, 농민 우대 융자제도의 상공장관 소추와 총리에 감독 책임 수사 공식화가 그 수순이리라. 상원과 왕실이 받쳐 주니 이 쪽도 한 끝발 한다.


아...일에 집중해야 하는데...또 잘 시간 넘겼다. 당분간 신경 끊고 조신하게 지내야지 매일 다짐한다. 근데 보고 듣는 게, 환경이 협력을 거부하니 어쩌란 말이냐. 일단 자자. (2014-01-21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