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까락 운동/태국(タイ;Siam)

방콕 셧다운 이레 째, 컴퓨터 쇼핑몰 (후편) (2014-01-19)

섬그늘 2014. 1. 20. 06:02

전편에 이어 계속. 인용하고 시작하자.


4. 목적지에 가까운 역 이름은 'Chit Lom'이다. 출발지 'Asok'역에서 세 정거장. 방향은 서쪽.

5. 종점역 이름을 노선도에서 확인한다. 서쪽은 'Mo Chit', 동쪽은 'Bearing'이다.

6. 서쪽 방향 BTS 전철을 타고 Chit Lom에서 내린다. 역원에게 쇼핑몰 어떻게 가냐고 묻는다.


7. 역원이 일러준대로 6번 출구로 나가 10분 걸어 큰 사거리에서 우회전. (Cyber World, Isetan백화점)

8. 거기서 또 10분 걸어 만나는 큰 사거리에서 이번엔 좌회전. (Novotel, Paladum)

9. 조금(1분) 걸으면 오른쪽에 재래시장이 보인다. 맥도날드 지나 2분 걸으면 목적지 간판(주차장 표시).


지금 단계7의 큰 사거리를 만난 상태. 우회전 상태로 Ratchadamri Road (랏차담리 로)를 따라 가야 한다.


이제야 하누만님의 '방콕 셧다운 한국대사관 공지'를 읽었다. 7거점 중 2번 Asok역을 출발, 3번 랏차프라송 (Rachaprasong) 사거리에 와 있는 거다. 헤맨 만큼 이젠 지도가 눈에 들어 온다. 오늘 전승기념탑 직전까지 갔던 거구나...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진 지역을 겁 없이 활보했다는 말이 되나? 전혀 그런 분위기 못 느꼈다.


알고 보니 바로 직전 1시에 내가 가려는 쇼핑몰에서 가까운 전승기념탑 집회에 폭발물 투척, 28명 부상, 도주 범인을 시위대가 쫓았으나 추가 폭발물 던지는 바람에 더 못 쫓음. 경찰은 수습 그림에 등장. (이상은 한참 나중인 20일 아침 요미우리 신문 읽고 알게 됨. 2개 기사 중 하나. 나머지는 전 군사령관 인터뷰, 마지막에 언급)


범인이 폭발물 투척하는 장면이 CCTV에 잡혀 현상금 20만 바트 (62만엔; 620만원) 걸림. 태국 유력 언론이 동영상으로 사이트에 걸어 둔 걸 봤는데, 링크를 못 찾겠다. (Matichon online) 태국어인데 구글 한글 번역 시도했으나 도움 안 됨.


여하튼 오후 4시의 랏차프라송 사거리 모습. 밑의 태국 승려들이 젤 뒤에 않은 모습이 이채롭다. 태국은 인구 90%가 불교도라고 하는데 최근 일부 승려의 사기 사건으로 시끄럽다는 요미우리 기사가 있더라. 이건 나중에 뒤져볼 생각이다.


랏차프라송 사거리 계속. 'General Police Hospital' (경찰 종합 병원) 이오른쪽에 보인다.


(단계 8) 처음 만나는 사거리에서 우회전 하라는대로 꺾으면 위 사진과 같이 무쟈게 넓은 보도가 펼쳐진다. 왼쪽 ZEN WORLD, CENTRAL WORLD 확인하며 직진. 앞에 두번 째 사거리는 보이지 않는다. 꽤 걸어야 한다.


오른쪽에 Bic C, 맥도날드 같은데 본사인가? 거리엔 시위대는 없고 노점만 깔려 있다.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낀다. 10분 걷는 거리의 도로를 한달 막고 집회를 열겠다는 말이며 그걸 위해 일정 간격으로 스피커, 대형스크린 따위가 설치되어 있다. 아소크 거리와는 또 다르게 이곳은 노점이 3열로 줄지어 점령 상태.


멀리 왼쪽에 Novotel이 보인다. 저기가 두 번째 사거리다. 노상에 진열된 물건을 구경하는 재미는 있다만 이런 시장통 풍경은 갸우뚱이다. 하긴 한달이면 지구전이긴 하다. 매일 이 거리를 인파가 메울 수는 없겠지.


여러 티셔츠가 모여 있길래 찍었다. 한 장 100바트 (310엔; 3,100원). 2002년 월드컵 때 1,000원이었으니 11년 감안해도 태국 쪽이 비싸다. 하긴 'Be the Red!'는 2색, 방콕은 3색 이상이니 원가는 더 들 게다만.


(단계 9) 드뎌 마지막 사거리에 도착했다. 'PALADUM'이라는 쇼핑몰이 보인다. 근데 주의할 것은 여기서 좌회전하면 같은 이름의 패션쇼핑몰이 있다. 당장은 그런 거 모르는 시점이니 볼 것 없이 왼쪽으로 꺾었다.


3분 정도 직진하면 주차장 간판을 볼 수 있다. 쇼핑몰이 연이어 있어 제목 확인하는 데 품이 들어간다. 작은 횡단 보도 건너면 목적지인 PANTIP PLAZA다. 도중에 오른쪽으로 재래시장, 'Shibuya'라는 쇼핑몰이 있다.


전자상가 입구. 용산 전자상가 보다는 작은 규모이지만 종류는 웬간히 구비되어 있나 보다. 메이커PC, 조립품, 부품상이 모여 있다. 사양에 따라 가격은 당연히 천차만별. 가격 차이를 크게 좌우하는 요인은 1. 윈도우8 정품이 들어가면 12,000바트 (40,000엔; 40만원) 증가. 2. CPU 최신형 i7 3.5GHz은 팬티엄 1.5GHz 보다 같은 정도 증가. 자료 모으고 사진 웬간히 찍었으니 찬찬히 분석해볼 일이다.


쇼핑몰은 5층이며 중간중간 푸드코트가 있다. 영어는 열심히 시도하면 통한다. 삼성, LG의 브랜드 이미지는 꽤 있는 편인 듯, 다루는 상점이 많다. 데스크탑만 찾아 돌아보며 이거 저거 물으니 2시간이 후딱 갔다.


쇼핑몰에 인접한 KFC에서 저녁을 먹었다. 배 고파 270바트 짜리 세트를 시켰는데 알고 보니 커플 메뉴. 열처리 닭고기는 짰는데 대신 너겟은 입에 맞았다. 다만 밥은 찰기가 없어 적응하려면 한참 시간 걸릴 듯 싶다. 돌아가는 길의 맥도날드 입구 사진. 여기 맥아저씨는 합장을 하고 있더라.


이제 길을 아니 헤맬 일 없다. 둘째 사거리에서 우회전 길을 짚어 돌아가는데 초입에서 시위대 자경단의 검문이 있더라. 대충 훑어 보고 통과시키는 수준. 첫째 사거리에 도착하니 저녁 8시,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모자에 시위대 심볼인 국기 디자인의 띠를 두른 건 처음 보는지라 찰칵. 신체 어디든 적용 가능하겠지.


노점상 아주머니도 스트립을 목에 두르고 있다. 장사를 위해서든 신념이든. 갑자기 탁신은 도시 빈곤층에겐 선심정책 쓰지 않았는지 궁금해졌다. 농민에게 쌀 담보 우대 융자란 100 맡기면 300 빌려주는 식 아니었을까?

그 정책으로 3년 간 13조 손실을 봤다면 부실 채권이 많았다는 말이니 먹고 배째해도 되는 구조였을 게라.


Chit Lom 역사로 올라가며 본 Ratchaprasong 사거리 군중. 연단에 연사는 없고 대형스크린에 스테푸 전 부수상이 연설 중. 이 아저씨는 오후 8시부터 차례인 모양. 하여튼 연사 실물이 없이 화면만 보며 열광하는 청중 모습이 얼핏 낯설었는데, 월드컵 때 호프집들이 대형스크린 설치를 서둘러 한 걸 생각하며 내심 끄덕였다.


Chit Lom 역사 직전의 노점상이 재료를 정성껏 조립하고 있다. 뭔가 뭉클해져 한 장. 시위야 당분간 계속이겠지만 이 장사는 얼마나 유지될까. 관광객 수 회복되긴 어렵겠지. 곧 시들해질 즐거움에 반복 구매는 난망이다. 안 산다 다짐하던 내가 무신 걱정인가. 소비를 즐긴다는 냉소를 접고 애들 기념품으로 몇 사볼까 갈등이 인다.

BTS 전철 노선의 서쪽을 맛 보았으니 동쪽도 눈여겨 보리라 차안에서 찍음. PC부품 상가가 Phrom Phong역.


알고 보니 Asok는 방콕의 두 전철 BTS와 MRT가 만나는 곳이다. 붐비는 이유가 있었다는. 사진은 환승 표지.


구름다리 통로의 경계를 지키는 이들 복장이 달라졌다. 유니폼에 푸른 수건을 목에 둘러 보다 세련된 모습. 복면한 이는 없고 표정도 보다 밝아 어제와는 다른 부류의 인원이 투입된 듯 하다. 자기 점검이 되는 조직이다.


마지막 사진. 집에 왔다. 아소크 사거리 인파는 여전하다. 어제 18일이 '국군의 날'은 맞나? 군대 본 적 없다. 쿠데타 안 일어났다. 이 사태는 어떻게 전개되는 걸까? 이틀 전 동료에게 "꽤 공부해서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드디어 도통 모르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알아갈수록 아리송해지니 묘한 노릇이다.


주요 거점 점거 농성을 하고 행정이 마비되며 경제에 영향이 온들 집권 여당이 아쉬운 게 있을까? '민주적 절차'를 중시하는 폼새로 2월 연기 예정대로 실시하자고 노력하는 모습, 나라 꼴에 어떤 부정적 영향이 오든 데모 탓으로 돌릴 수 있다. 나쁜 쪽 머리만 비상하게 돌아 가는 이미지 정치의 달인인 탁신 패거리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보인다. (거점 여럿으로 세력 분산한 것이 실책이라는 외신 지적이 있다는데 내 생각은 또 다르다. 나중 기술.)


상대에게 타격 줄 무기가 없는 건 여당도 마찬가지. 어설픈 테러로 시들해 가던 열기가 살아 났다. 모금도 잘 될 터이니 장기화 굳히기에 큰 걱정 없다. 장기화를 하며 관심을 촉구하고 한 사람이라도 제 편 만들자는 게 시위 주도하는 이들의 목표일 것이니 탁신 패거리가 바라던 그림이 아니다. 군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은 것도 세를 회복했다는 정세 판단으로 야당과 교감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여긴 추가. 위에 적은 1월 20일자 요미우리 신문이 2006년 쿠데타 주도했던 손티 장군 인터뷰를 실었다. 요약하면 2006년은 반탁신 정서가 압도적으로 우세해 무혈 쿠데타가 가능했는데 지금 군대가 개입하면 친탁신 지영이 결사항전할 태세라는 판단이라고. 내전이 되는 거다. 그 의견 현 사령관에 전달했고 납득했다고 한다.


그렇담 2006년 비해 친탁신 세력이 늘었거나 '방콕 봉쇄'의 명분이 약하다는 말? 아니면 인터뷰 시점에 '군이 개입할 가능성은 언제든 있다' 말할 수 없는 노릇이니 교과서 발언을 했을 수 있다. 세력 판도와 명분 비교를 2006년 대비한 후 판단할 일이다. 탁신 일당이 어떤 길(전략전술)을 걸어왔는지, 좋은 공부 재료를 만났다.)


어느 쪽 가능성이 높단들 사태 해결이 되지 않는 건 마찬가지. 위험 가늠은 계속된다. 월요일이다. 당분간 일을 돌봐야겠다. (2014-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