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까락 운동/일본아 놀자

프로파겐더 (propaganda)

섬그늘 2008. 11. 13. 11:36

Mr. 블로그 왈,

오늘은 안중근 의사가 만주 여순 감옥에서 순국하신 날이예요. 조국을 위해
몸바친 대한남아 안중근 의사님께 2007년의 우리들이 한 마디 남겨볼까요?

 

Mr. 삐따기 왈,

 

한국인은 '안중근 의사'로 부르고 국외자의 눈으로 볼 때 그는 테러리스트이다. 이 주제를 보노라니 당시 한반도와 일본의 상황, 우승열패 논리, 의제선점 및 프로파겐더 따위 소재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병이래니깐~~~

 

이 글을 보는 님들 중 혹여 이토히로부미(伊藤博文)를 무쟈게 싫어하는 이가 있다면, 페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아래 백과사전 참조) 일본의 에도막부 말년, 미국의 지령을 받은 야심맨 페리가 이른 바 쿠로후네(黑船;흑선)을 끌고 에도 심장부에 들이 닥쳐 개항을 요구한다(1853년). 그로부터 일본은 파란만장, 격변을 겪는데 대충 경로는 아래와 같다.

 

1853년 페리, 개항 요구 (엄청 무리한 조건을 강요했다고 함)

1854년 미일 화친 조약 (막부가 굴복했다는 야그)

1858년 미국, 영국, 러시아, 네덜란드, 프랑스와 통상조약 체결, 反막부 세력 들고 일어남.

1866년 막부, 왕당파에 패배

1867년 왕정 복고 (메이지 천황을 중심으로 세력 재편됨)

1876년 강화도 조약 (--+)

1894년 청일 전쟁

1904년 러일 전쟁

 

페리는, 일본인에게는 합리주의를 바탕으로 과학을 발달시키고 식민지를 만들어 부를 쌓은 이른 바 서구 열강을 상징한다. 말년의 막부에겐 거기 정면으로 개길 능력이 없는 터라, 되도록 좋게좋게 들어주며 뭉개고 지나려는데 막부 반대 세력으로서는 눈 뜨고 봐 주기 어렵다. 백성들을 부추겨 들고 일어나는데, 세력을 키우기 위해 명분이 필요한 법이어서 천황을 내세운다. 막부가 조약 체결 때 천황에게 보고도 않고 했다는 빌미. 당시 한 군사력 자랑하던 죠슈(지금의 야마구치(山口)현), 사쓰마(지금의 카고시마(鹿兒島)현)번이 주축이 되어 내전(보신전쟁, 1868년)을 벌인 결과 천황파가 이긴다. 지금도 '큐슈의 남자'라면 사내 다운 사내를 지칭하고 보신전쟁에서 죽은 이의 영혼을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했대나 어쨌대나.

 

권력을 잡은 천황파, 메이지유신을 단행하여 당시로서는 첨단 정치체제를 도입하는데, 지금의 입헌군주제이다. 천황이 대빵이고 실무는 내각이 맡는다는 건데, 당연하게도 내각의 대신 자리는 거진 죠슈, 사쓰마 번 출신이 장악했다. 그 중 메이지 5걸의 하나가 죠슈 출신인 이토히로부미이다. 이 사람은 이후 내각 총리대신(지금의 고이즈미, 아베)을 (아마도)다섯 번 지낸다.

 

막부를 몰아낸 왕당파는 처음에는 쇄국론으로 대세를 장악했었다. 근데 집권하고 면밀히 들여다보니 이거 문 닫는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닌 게라. 통상조약을 이미 막부가 체결, 일은 벌어진 거고, 가만 앉아서 중국처럼 뜯어먹히느냐, 순응하여 나름의 살길을 찾느냐 갈림길. 메이지유신 주체들은 그래서 서양 열강에 사절단을 10~20년 보낸다. 선진 체제를 배워오라는 것인데, 당시 사절단으로 갔다 온 엘리트들은 위기의식이 절절했다고 한다. (당시 시골 교사들 조차 나라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한 자료들이 쌓여 있다고 함.) 자칫하면 열강의 노예가 되는 거야. 정신 바짝 차려야 해...그렇게 배워 와 심은 것이 '메이지유신'이요,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 걸쳐 현대 일본의 뼈대가 된다.

 

벼락치기로 배워 와 뭔가 왕창 바꾸기는 했는데, 이거 잘하고 있는 거야?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 실력이 어느 정도 늘었나 가늠하는 계기가 청일전쟁, 러일전쟁이다. 결과는 일본의 대승. 이 길이 맞는 거야, 우리가 잘 하고 있던 거야...위아래를 막론하고 당시 일본사람들의 감격을 가늠할 수 있지 않은가? 민주주의 역사가 일천한 국가로서 20년 남짓 서구 합리주의를 배워 단시간 습득하여 결과를 낸 나라는 거의 일본이 유일하댄다. 그러니 간이 부어 태평양전쟁 까지 일으켰겠지. 그 전쟁 패배 후 복구하여 동경올림픽을 치른 것이 1964년 10월10일. 그 또한 감격적인 일 아니겠나? (일본은 10월10일이 있는 주 월요일을 '체육의 날'이라고 해서 국경일로 놀아제낀다.)

 

여하튼, 체력을 키우는 와중에 어느 정도 자신이 컸나 시험해 볼 만만한 대상이 조선이다. 시빗거리는 찾노라면 무궁무진한 법. 개항을 시키는데, 그거이 1876년 강화도 조약인 바, 페리에게 배운 걸 그대로 써 먹는다. 무쟈게 무리한 요구를 관철시켰다는 야그. 그 중 치외법권 조항이 있는데, 어느 지역 안에서 일본인이 범죄를 일으키면 일본 판사가 재판한다는 내용이다. (페리 때도 같았음) 주한미군 재판권이 한국 측에 형식적이나마 넘어온 게 최근 일이라지, 아마?

 

믿거나 말거나, 이토히로부미의 마지막 꿈은 한국에 제2의 메이지유신을 일으키는 것이었다고 한다. 청장년기에 근대화의 노하우를 체득했으므로 한국도 근대화를 쉽게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근데 당시 조선 조정이 그걸 받아들이고 소화할 상태가 아니었지. 일본 혐오도 무쟈게 뿌리가 깊었을 테고. 여하튼 1905년 조선 통감이 된 이래 이토히로부미의 뜻 대로 된 일은 거의 없다는. 생애 마지막 프로젝트가 실패했달까. 그러다가 '안중근 의사'에게 피살당한 것이지.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일본이든 한국이든 만만찮게 부국강병, 우승열패, 약육강식 논리가 지배하게된 배경이다. 당시 국제사회란, 힘 센 넘 몇몇이 사이 좋게 힘 약한 넘을 뜯어 먹는, 못 먹는 넘이 바보고 힘 약한 넘이 전적으로 잘못이라는 풍조가 압도적인 상태였다는. 이른 바 서구가 지금은 졸라 우아하게 침략은 나쁜 거야, 사이 좋게 지내야 해...라고 말하지만 지들 선조들이 그렇게 식민지를 착취하여 쌓은 물적토대로 산업기술, 경영기법을 발전시켜 오늘도 따땃~~~하게 지내고 있다는 게다. 페리가 그 물꼬를 튼 이인 바, 이토히로부미가 밉다면 페리와 식민개척자들을 아울러 동급으로 미워할 일인 거다.

 

지금 이렇게 두들기는 나야 당시 일을 모두 아는 전지적 관점이라 비열하고도 푸근히 말한다만, 당시 '대~한제국' 조정은 형편무인지경이었단다. 밖에선 러일전쟁 승리를 전후하여 일본이 영국과 조약을 맺는다. 영국이 인도 먹는 거 묵인할 테니 일본이 조선을 먹는 걸 간섭하지 마...라는 내용. 일본은 또 미국과 조약을 맺는다. 미국이 필리핀 먹을 테니 일본은 조선을 먹어라...거의 쌀이 익어 밥이 된 걸 알았는지 몰랐는지 고종은 헤이그에 밀사를 보낸다. 세상 사람들아~~~일본이 우리 먹으려 해요, 쟤 좀 말려줘요~~~ 열강들의 반응은 당근 차가왔다지. 뭔가 처연한 이야기잖아?

 

그러니 한국에 고도성장기 전후하여 힘이 제일이야, 잘 살고 볼 일이야 하는 부국강병론이 득세한 것은 당시로는 당연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필연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나는 박정희의 개발독재를 부정적으로 보는 쪽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21세기 한국에서도 부국강병, 우승열패, 약육강식이 패러다임이어야 하는가? 다른 서구 열강, 일본에 비하면 근대화(아직 한국은 전근대의 측면이 많다만) 역사가 얕디 얕은 한국인지라 그럴 개연성은 있다만, '약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것은 문제라는 쪽이다. '공부'를 남 보다(!) 못하더라도 사람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웅...'사람답게'가 뭐하는 물건인지도 몇 페이지 넘어갈 일이다만.

 

그렇듯 구성원 다수가 '일단 힘이 세고 볼 일이야'라는 부국강병, 실리주의에 경도되어 있는 것은 이미지에 농락당하기 쉬운 성향이라는 데에도 원인이 있다. 프로파겐다에 맥을 못춘다는 건데 이 또한 설득의 심리학에 '일관성의 법칙'으로 실려 있다. 사람이란 한번 믿기 시작한 것은 계속 참이라고 믿고 싶어 하며, 한번 그리 인식한 것을 웬간해서는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딜 가든 첫인상이 중요하고, 신문들이 제목 장사를 한다. 정치세력의 발언을 보면 흔히 프로파겐다(아래 용어 설명 참조) 범벅이다. 낯 뜨거운 짓거리인데, 그거이 먹히니 그 짓도 하는 거다.

 

"북한에 식량을 보내면 군량미로 전용될 우려가 있다."

 

어? 굶주리는 동포들 먹으라고 보내는 건데 김정일이가 군대를 우선 먹일지 모른다고? 그 못 믿을 넘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식량 보내면 안 되겠네 그랴...언론들이 일제히 그렇게 떠들어대면 선량한 남쪽 백성들은 못내 아쉽지만 식량 지원 지지를 철회한다 (1995년 '인공기 게양' 사건이라고, 실제 비슷한 일이 있었고, 그 이후 2001년까지 남한 정부는 쌀을 보내지 못했다). 그리고 한번 그리 형성된 인식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그토록 이미지메이킹, 이미지 선점에 목을 매는 까닭이 된다.

 

"인터넷 악플, 이대로 좋은가? - 실명제 도입을 검토할 때"

 

벌써 제목에 결론을 담고 있고, 내용을 훓어보면 익명의 폐해가 수두룩 소개되어 있다. 거참...이거 곤난하구만 그래. 애들이 뭘 보고 배우겠어? 역시 실명제를 해야 하나 봐...나는 익명제가 인터넷이 갖고 있는 가장 큰 강점인 창발성의 근원이라고 믿으므로 실명제를 반대한다. 실명제 해도 의지가 있는 한 얼마든지 빠져 나갈 구멍이 있다. 경찰 열명이 도둑 한명 잡기 어려운 법. 지금도 마찬가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IP마스킹, 주민등록 번호 생성기,...,수단은 무궁무진하잖나. 무릇 어떤 제도를 도입하기만 하면 그런 걸 차단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건 뭘 모르는 거 아니면 순진한 거다.

 

"건전한 비판은 수용해야 한다."

 

한국말 오묘하지 않은가? 이거이 이백만 부수를 자랑하는 일간지 사설에 자주 쓰이는 어법이다. 이건 "착하게 살자" 류의 하나마나한 말인데 이런 표현을 늘어놓으면 뭔가 믿음직해 보이게 된다. 유치한 짓거리인 줄 빤히 알지만 그런 효과를 노리고 이리 낯 뜨거운 짓을 하는 거다. 이미지 조작, 선점 효과는 생각 이상으로 일상에 깊게 들어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사방에 넘치는 이미지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이건 아마 평생과제일 거다.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한, 해방 이후 친일 청산에 실패한 주제에 실리주의(부국강병)자, 반공주의 + 민족주의의 기괴한 결합이 판을 치는 사회에 사는 한. 오늘 블러그씨의 화두, 그리고 내가 두들긴 이 글 또한 이미지요, 프로파겐다이다 (안중근 '의사'라는 말 자체가 다양한 시각을 원천봉쇄한다). 하긴 이 글도 '현대일본을 찾아서'란 책 하나 달랑 읽고 두들긴 터라 알맹이의 영양가는 의문이다. 뭐...결국은 보는 이가 안목을 키울 밖에. 알아서들 보세요 ^^ (2007.03.26)

 

페리 [Matthew Calbraith Perry, 1794.4.10~1858.3.4]
요약
미국의 군인. 대()멕시코 전쟁에 참전했고, 동인도함대 사령관, 일본 파견 특파대사를 겸임했다. 일본의 개항을 요구해 미일화친조약에 조인하고 개항을 약속하게 했다.
국적 미국
활동분야 군사
주요저서 《일본원정기》(1856)
본문

1847년 대()멕시코 전쟁에 참전하였고, 1852년 동인도함대 사령관이 되자 일본 파견 특파대사를 겸임하였다. 1853년 7월 프리깃함()인 미시시피호()에 승선, 4척의 군함을 이끌고 일본의 우라가[]에 입항, 필모어 대통령의 국서()를 우라가 부교[:막부시대에 행정사무를 담당한 무사의 직함]에게 수교()하며 개항을 요구하였으며, 1854년까지의 유예기간을 두고 일단 물러갔다.

1854년 2월 다시 에도만[]의 가나자와[] 앞바다에 정박하여 조약체결을 요구, 3월 가나가와[]에서 미일화친조약()에 조인하고, 시모다[하코다테[]의 개항을 막부정부로 하여금 약속하게 하였다. 귀국 도중 유구왕국()과의 통상조약도 체결하였다. 저서에 《일본원정기() Narrative of the Expedition of an American Squadron to the China Seas and Japan》(1856)가 있다.

 

prop·a·gan·da

propagate에서〕 n.
1 [
보통 관사 없이] 선전, 선전 방법[조직, 운동];《종종 경멸선전하는 주의[주장]
   antiwar propaganda 반전 선전
   propaganda films 선전 영화

2 선전 단체
3 [the Propaganda] 【가톨릭해외 포교 성(聖省);[the (College of) Propaganda] 포교 신학교
make propaganda for[against] 선전[비난 선전]하다
prpagate, propagndize v

'손까락 운동 > 일본아 놀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해'와 '일본해', '천황'과 '일왕'  (0) 2014.01.19
11월03일 - 일본 문화의 날  (0) 2009.10.28
수치의 문화 -2  (0) 2008.11.29
수치의 문화   (0) 2008.11.18
[독도문제] 일본 정부 주장 반박  (0) 2008.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