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까락 운동/일본아 놀자

'동해'와 '일본해', '천황'과 '일왕'

섬그늘 2014. 1. 19. 02:58

(2014-01-19 13'52 고침)


1. '동해'와 '일본해'


방콕 출장 중. 호텔 방에 들어오는 요미우리신문, 공짜 (실제는 방 값에 포함되어 있건만)라니 제목 정도는 훓어 보고 있다. 태국 시위 기사를 먼저 뒤진 후 본 국제면의 흥미로운 기사, 동해가 일본해를 이겼다?


한국주장의 '동해' 병기법안 가결 - 미국 주 상원위 (요미우리신문 2014-01-17 18:32)


인터넷판의 기사는 짧다. 전문을 번역해도 큰 품 들지 않겠다.


(워싱턴-이마이 타카시) 미국 버지니아주 상원의 교육보건위원회는 16일, 일본해의 명칭을 둘러싸고, 공립학교 교과서에는 한국이 주장하고 있는 '동해'를 병기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을 찬성 다수로 가결했다.


다음 주에 상원 본회의 투표에 붙여진다. 하원에도 법안이 제출되어 있어 양원에서 가결되면 법안이 성립한다. 성립되면 미국에선 첫 케이스가 된다.


미 정부는 일본해 호칭 뿐의 표기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법안은 '주교육위원회가 승인하는 모든 교과서의 '일본해'의 표기에는 '동해'를 병기한다'는 내용이다.


사사키 켄이치로 주미대사는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무쟈게 유감이다. 더욱 확대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2014年1月17日18時32分  読売新聞)


종이신문엔 부록이 붙어 있다. 마저 붙이면,


버지니아 주는 한국계 주민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안의 배경에는 한국계 단체의 강한 작용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 2012년1월에는 같은 법안이 상원 교육보건위원회에서 1표 차이로 부결된 바 있다. (부록 끝)


여기까지는 그런가 보다 정도로 넘어 갔는데, 종이신문에는 '뉴스' 꼭지로 '한국 주장, 국제 이해 없어'라는 요상한 제목의 해설이 바로 옆에 있다. (눈 씻고 찾았으나 인터넷판엔 없는 것 같다.) 이것 역시 전문 번역하면,


한국에 의한 '동해' 호칭 주장의 근거가 있는 건가? 한국은 1992년 제6회 UN지명표준화 회의에 지도상의 일본해 표기에 이의를 제기했다. 일본해 호칭은 '일본제국주의의 산물' 등으로 주장, 동해를 일본해와 병기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은 그때까지 2국간이나 국제회의에서 일본회에 이의를 제기한 바 없으며, 자국의 공식지도에도 '일본해'로 기재하고 있다. UN은 2004년, 공식문서에서는 표준적 명칭으로 '일본해'를 써야 한다, 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한국의 주장은 국제사회에서 이해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 황해를 '서해', 동지나해를 '남해'라고 부르고 있으나 이건 국제사회에 병기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 (번역 끝)


***


요미우리신문의 종이판과 온라이판이 다른 점을 유심히 보면, '문제가 생길 소지' 있는 부분은 인터넷판 실을 때 뺐다는 점이다. 철저히'사실'만 싣고 있으며 한국의 역공을 염두에 둔 플레이. 이 또한 조직이 위험을 다루는 자세일텐데, 자국민을 위해선 종이판에 친절히 해설을 붙였다는 말씀?


이제 씹어 보자. 우선 사실 관계 확인. '일본해'로 표기한 '한국의 공식지도'가 어떤 거냐? 한국의 외교통상부는 1992년 이후 '공식지도' 샅샅이 뒤져 밝혀야 한다. 나는 본 적 없으며 그런 거 있으면 바로 잡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이라면 언제 어떤 정신 나간 넘이 그랬는지 알고 싶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발행부수 1위다. 내 시각으론 꼴보수 (그래도 산케이신문보다는 품위 챙긴다)지만 한 머리 하는 집단인데 저 정도 적은 건 최근 지도 확인했다는 말 아닐까? 아무리 종북 몰이 외엔 아무 생각 없는 현 정부라고 하지만 바다까지 팔아 먹었으랴, 굳게 믿고 싶...다.


애당초 국제사회에 통용되는 지명을 '일본해'로 쓰게 한 것이 싸가지 없는 일이라는 걸 이 신문은 모르는 걸까? 그 바다가 니들 거냐? 그걸 둘러싸고 있는 대한민국, 북조선인민공화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같이 면하고 있잖나. 그걸 일본 재산인 양 냄새가 풍기는 '일본해'로 표기하도록 만든 건 '제국주의의 산물' 맞다.


이의를 제기하기 전에 '우리 일본인들은 '일본해'라고 부른다. 'Sea of Japan'으로 표기해도 괜찮겠냐?'라고 묻고 관련국 전원의 사인을 받는 것이 염치 있는 행위인 거야.


그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네, 서해 남해는 냅두고 동해만 따지네 하는 건 꽤나 유치한 논리다. 서해는 황해와 함께 쓰고 있고 남해와 동지나해는 거리 감각이 다르다. 한반도를 세계 중심으로 두고 3면 바다를 서, 남, 동해로 부르고 있는 한민족 조상 어르신들도 대단하긴 마찬가지다만 국제사회에 주장하고 있지는 않잖나?


더구나 그 동안 이의 제기 없었으면 끝나는 이야기일 수 없다. 법이든 규칙이든 언제든 상황이 바뀌면 논의 가능한 것. 지명 국제 규칙은 한 번 정하면 땡이라던? 먹고 살기 바빴든 목소리 체력이 협조 않아서였든 과거는 과거고 언제든 제기하고 논박 거쳐 바꿀 수 있는 게 인간 세상의 룰이다.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첫 발을 디딘 버지니아 주 한인사회에 박수를 보낸다. 다만 이 박수는 '동해'가 바람직하다는 뜻은 아니다. 함께 사는 사회이니 상대를 배려하는 차원의 호칭이 필요하며 '일본해'는 그 측면에서 낙제점이니 대안으로 '동해'를 병기하는 안에 찬성이라는 거다. 설마 '동해'로만 표기하자는 말은 아니겠지? (그건 일본해와는 차원이 다른 몰싸가지 (세상의 중심은 한반도)이니 행여 삼가하십사 부탁한다.)


더 나아가 모두 만족할 만한 이름을 모색하는 첫 단추로 의미 있다는 거다. 아도르노가 말한 '부정의 변증법'인 게지. '일본해는 틀렸다', '그래? 듣고 보니 그렇네', '그럼 대안이 뭘까?', 함께 '모색'하는 순서.


나는 '극동(Far East)'이라는 말도 싫어하는 인간이다. 지구가 둥글거늘 어째서 한국 일본이 동쪽 끝인가, 국제 룰을 선점한 양넘들('Western') 이 세계의 중심이란 사고의 산물을 '극동'에 있는 이가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면 (노동자 능멸하는) 조선일보 애독하는 노동자가 되는 거다.


동해, 일본해 모두 글러 먹었다는 데 합의한다면 대안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예로써 '명태의 바다', '태풍 죽는 바다', '방사능의 바다', '도자기의 바다', '연꽃(또는 우담바라)의 바다', '잠수함의 바다', '분노의 바다', '희망의 바다', '아이들의 바다', '늙은 어부의 바다', '해신의 바다', '푸른 바다', '좁쌀 바다'...


***


2. '천황'과 '일왕'


'방사능'란의 '세슘 고농도 공방'에 사마중달님께서 '천황' 보다는 '일왕'을 쓸 것을 권고하는 댓글을 다셨는데 답변이 썩 친절하지 않았다는 반성을 한다. 이 기회에 (2000년 쯤 안티조선우리모두, 아마도 카페우리 게시판에 적었던) 내 의견을 조금 자세히 풀어 본다.


천황을 일왕으로 적자는 건 조선일보의 '이규태 코너'가 주장하던 바다. 나는 그거 같잖은 발상이라는 쪽이었고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천황은 일본인이 부르는 호칭이다. 일본 밖에서 그걸 달리 누가 부른다고 해서 그 사실이 바뀌지는 않으며 본질이 변하는 것 역시 아니다.


즉, 누가 '일왕'으로 '니들 나라의 임금'이란 뜻으로 격하한다고 해서 일본인 인식에 변화가 있을 리 없는 바 '나는 너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다짐에 불과하다. 그럼 '천황'으로 부르면 '하늘이 내린 황제'로 믿게 된다는 말일까? 걍 호칭이다. '김정일'에 바를 정(正)이 들어가 있으니 바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불렀단 말이야?


현실을 변화시키지도 않고 정합하지도 않은 자기 다짐으로 얻는 건 자기 위안 밖엔 없다. 영양가 없는 발상이라는 걸 언제부터 깨달았는지 몰랐는지, 검색해보니 조선일보는 천황과 일왕을 골고루 쓰고 있더라. (영문 기사로 'japanese king' 검색해 보니 잘 안 나온다.)


실용적 시각으로 보면 천황을 '일왕'으로 호칭하면 돌이킬 수 없는 실례가 되며 외교관 노릇할 생각 말아야 한다. 철천지 원수여서 대화 협력 따위 재고의 여지 없는 사이라면 모를까, 상대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 개무시해서 헤피엔딩 나는 드라마 못 봤다.


사마중달님께 내 생각의 이력을 설명하자고 시작한 글인데, 이해하시라. 내가 원체 조선일보만 나오면 흥분하는 버릇이 있다. 그 신문 잘근잘근 씹느라 더욱 불친절한 폼새가 되어 버렸는데 고칠 엄두가 안난다. 거꾸로, 나는 사마중달님께서 부디 '일왕'을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로 여기고 계시지는 않기 바란다.


이제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 보자. 위에 쓴 내 주장. '천황'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를 그대로 '일본해'에 적용하면


1. '일본해'는 상대(일본)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아닌가?

2. '일본해'를 허용한다고 해서 그 바다 일본 것이라고 이해하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는 의문에 봉착, '천황-일본해' 또는 '일왕-무슨무슨 바다'의 세트 중 택일할 문제가 되기 쉽다. 보다 섬세하게 발라내어야 하는 바, 사물과 인격체, 공동 소유냐 아니냐, 대안 제시해 합의에 이를 수 있는 가치인가 따위로 접근할 수 있겠다. 근데 다소 번거로우므로 보다 선명히 전달하는 방법은,


역지사지다. 국제사회의 룰이든 개인 간 인간관계든 상대 처지에 서서 생각해 보는 것은 소통의 기본이다. 근데 그 관점으로 보면 한중일 공히 말로만 글로벌이지 국수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측면이 여러 곳에 있다.


일례로 상대의 이름을 부를 때 (한자를 함께 쓰는지라) 자기네 나라 발음으로 상대를 칭했다. 예로써 한국은 일본의 '小林'을 고바야시로, 일본은 한국의 김대중을 '킨다이츄우'로. 그거 서로의 이름으로 불러주기로 한 게 한일은 2000년, 13년 전 일이다.


그럼 중국과 일본은? 아직도 그 모양이다. 일본은 후진타오(胡锦涛)를 '코킨토오'라고 발음한다. 지들 편한대로 살면 되는 자민당 세상이 꽤나 오래 지속된 터라 기본이 안되어 있는 넘들이 일본 애들이다. 이 친구들은 맥아더(MacArthur)를 '마카사아'로 읽는다. 영어가 한국 와서 고생하는데 일본 만큼은 아니다.


사람의 이름은 그 이의 것이며, 그대로 불러주는 것이 예의다. 실용적 측면에서도, 내부 룰 바꿔 시작만 하면 외국인과 사귈 때 머리에서 한번 더 변환하는 시간 노력 절약할 수 있다. '천황'은 일본 애들 거다. 게다가 그들은 그거 못 바꾼다. (나는 동성애와 비슷한 형질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인으로 정체성을 구성하는 기둥 중 하나로, 벗어날 길이 없다는 뜻이다.)


그대로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걸 '일왕'으로 한국인 끼리 부르고, 일본 애들 만나면 '텐노오'라고 부르는 건 상대를 존재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된다. 대화가 될 리 없고, 상대를 무시했다고 해서 내가 나아지는 것이 아니건만 그렇게 착각하며 뿌듯해하는, 국수주의 극우 멘탈리티다. 뭔가 쾌감을 느끼지만 현실은 보탬은 주지 못한다. 나는 한국인은 그런 형질에서 자유로우므로 더 나은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일본해는 다르다. 그 바다는 일본 거 아니다. 그러므로 걸쳐 있는 관련국 모두가 합의할 사안이다. 그 논의 진중하게 한 적 없다면 깨달았을 때 하면 되는 거다. 싸가지 쌈싸 먹어온 자신들의 행위 돌아보지 않는 요미우리신문은 이 건에 관한 한 '국제 이해'가 없다. 얼마나 두들겨 맞으면 정신 차릴까, 남의 일 아니다.


***


마지막으로 사마중달님께 부탁합니다. 학생이라셨으니 아마도 내가 위에 적은 사고의 흐름을 밟지 않은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합니다. 저는 30대 후반까지 아무 생각 없이 조선일보 보며 의심하지 않은 전력이 있고, 계기를 만나 뭐든지 의심하며 나름 길을 찾으며 몸부림쳐 왔지요. 짧지만 그간 나눈 대화에서, 님은 훨씬 저 보다 빠른 시기에 그 길을 들어설 수 있는 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의심을 시작해보십사 합니다. 제가 위에 주장한 바에 구라가 없는지, 헛점을 짚어 보시고 로직을 깨주시면 바랄 나위 없을 것이고 (그런 일이 벌어지면 쌍방 즐거워할 일입니다) 저와 비슷한 결론에 도달하신다면 님께서 앞으로 자유로운 인간 정신을 위해 걸으실 길에 크든작든 자산이 되겠지요. 제 진정이 조금이나마 님께 전달되었다면 좋겠습니다. (2014-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