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까락 운동/안티조선

겨울 나무

섬그늘 2008. 11. 19. 20:17

법무부 장관께서 국회 답변을 하시며 "(미네르바라는 인터넷 아이디의) 그 행위가 범죄의 위법 사유를 조각한다면 수사할 수 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셨단다. 나는 그 뉴스 보며 뭔 그런 영양가 없는 말을 하냐 싶었다. 따져 보면 일상의 뉴스에서 참으로 많이 본다. 그건 걍 당위의 확인을 빙자한 공갈협박이잖아.

 

다음(daum)의 아고라 경제토론방에서는 어제오늘 미네르바 관련 글이 단연 눈길을 끈다. 8월부터 미국발 금융 위기, 한국의 공황 가능성을 수치자료로써 강하게 이야기하다고 8월 경 절필, 글을 모두 지우고 떠났다가 10월초 부터 더욱 강한 어조로 글을 쏟아내다가 지난 주말 '국가가 내게 침묵을 명령했다'는 글을 끝으로 경제이야기 담은 글은 올리지 않고 있는 이다.

 

정부기관이 내사했다는 냄새를 풍긴 뉴스가 나온 후 손석희의 시선 집중이 언급했으며 KBS의 365무신 시사프로그램이 음산한 이미지 덧칠을 한 후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가 '미네르바는 내 정신적 스승'이라는 글을 올렸고(KBS게시판, 아고라 경제토론방) 신동아가 메일인터뷰한 후 기고를 싣겠다는 제안을 했다는데 어제 MBC가 9시 뉴스데스크에서 '미네르바에게 한 수 배우는 게 좋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단다.

 

관심 있는 분들은 미네르바의 지난 글을 비롯 모든 경과가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있으니 참고하시라. 그 중 SDE님의 글도 유심히 보시라. 이분은 이번 주말이 한국 금융 위기의 분수령이라고 오늘 글을 올리셨다. 내가 그 이들의 글을 해석할 정도 경제와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삘은 온다. 이제부터 엄혹한, 긴 겨울이 앞에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10월 초 재야의 경제학자, 인터넷 논객들이 경보 발령을 하던 때, 8월 이후 황금 같은 3개월을 이 정부는 그 이들의 해법과 정반대로 갔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불 났을 때는 모두 합심해서 불을 꺼야 한다'라셨다는데 지당한 말씀이다. 다만 불을 지른 이가 그런 말 하면 뭐라 대꾸할 말이 선뜻 나오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는 게지. 그 이는 아직도 작금 상황이 미국발 금융 위기가 실물경제 추락과 결합하며 생긴 현상이라고 믿고 있을 게다. 정부 잘못은 없다는 거지. 근데 각국 환율 상황을 보면 답이 웬만큼 나온다. 한국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

 

부동산 신화는 아직 대한민국에 유효하다. 2002년 미국 가서 만난 중개업자, 그 청년은 맨하탄 집을 모기지로 얻었다고 자랑하며 '집은 계속 오르는 법'이라고 덧붙였었지. 일본이 1990년부터 겪은 그 생난리를 미국이 작년부터 착실히 뒤따르고 이젠 한국 차례인 거다. 이거 전망이 웬만큼 나오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란다. 이 정부는 3개월 동안 정확히 거꾸로 갔고, 이제야 건설사 살생부니 구조조정이니 하고 있는 거다. 호미와 가래.

 

이제부터 금융 위기를 시발로 거품이 꺼지는 몇 년간, 가장 괴로울 계층은 누구일까? 당근 비교적 못 사는 이들이다. 개중 이른바 중산층이 부유층 되어볼 거라고 대출 받아 집 몇 채 사고 펀드 들고 엔케리 자금 끌어 쓰고 한 사람들도 있겠지. 그 탐욕의 대가를 치르는 거라고 말하기엔 뭔가 허전하다. (진짜 부유층은 끄덕 없다)

 

시간이 꽤 지났지만, 서울시 교육감 선거 결과를 보며 민주주의의 한계를 느꼈었다. 대개 있는 이들은 자신의 계층 이익에 걸맞는 투표를 몸소 한다. 근데 없는 이들은 그 선거가 무신 의미인지, 투표 않으면 어떻게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올지 관심이 없다. 먹고 살기 바쁘다고? 근데 무지는 죄악이라고 미네르바는 말한다. 공부해라, 깨어 있어라, 매트릭스 속에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라.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대안이 없어 이명박 후보를 찍었다는 이 아직도 많다. 투표란 가장 아닌 후보를 솎아내는 과정이거늘. 관심 없고 마음에 드는 이 없다고 투표 않는 것 (차라리 기권표를 만드는 게 낫다), 그거 금방 잊고 '왜 이렇게 되었지?' 질문조차 들지 않을 정도의 자기확신으로 무장하는 건 죄악이다. 근데 만나 이야기해보면 모두 선량한 내 이웃이다. 그래서 우울하다. 아직 먼 길을 하염 없이 가야한다는 뜻이다.

 

지난 페이지에 쪽집게님의 '삐라' 게시물을 봤다. 확약이 없으면 북한과 대화할 수 없다는 이 정부 방침에 꽤나 긍정적일 듯 한 이들이, 북한이 저리 나오니 '삐라'제재를 하겠다는 통일부 앞에서 왜 데모라도 않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대개 그런 이들은 자기 확신의 농도에 걸맞게 행동파이거든. 아니, '통미봉남은 없다'고 발언하는 대통령 방침에 통일부가 개기는 건가? 아니면 북한 달래기 시늉을 하는 건가? 알 수 없는 일이다.

 

(2008.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