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까락 운동/안티조선

엄동설한에 살아 남기

섬그늘 2008. 12. 17. 19:57

미국이 제로금리 선언을 했단다. 덕분에 오늘 엔화 환율은 1달러 당 88.45를 기록했다. 역대 기록이 78 언저리라니 신기록 갱신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 금리는 이제 0.0~0.25%, 일본은 0.3%, 이런 시대도 오는구나. 앞으로 현물 경제 살리겠다고 달러를 듬뿍 찍어내면 엔화 가치가 더 올라가겠지? 아마도 오바마는 취임 이후 부시가 싼 똥 치우느라 5년 다 보낼 듯 싶다.

 

근데 속단하기 어려운 거이 일본 경제도 당근 홀로는 못 산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 90이면 올해 상반기 대비 20% 절상이다. 경상이익 10%면 초일류기업이라데 말이다. 그런 터라 지난 9월부터 일본 친구들은 난리가 났다. 토요타를 시발로 소니가 정규 8.000명, 비정규직 8,000명 감원 발표를 했다. 캐논이 있는 큐슈의 오이타에서는 잘린 비정규직 사원 (대개 동북쪽 촌에서 일자리 찾아 온 이들) 때문에 치안이 걱정이란다.

 

나는 그 뉴스 보며 있는 넘들이 더 하다며 혀를 찬다. 일본이 저 모냥이면 한국 사람들은 이제부터 도대체 어떻게 사누? 미국이 자빠지고 중국이 요란하게 경착륙하며 (남부지방 신흥기업 50%가 도산이란다) 한국 차례인데, 그나마 개중 가장 나은 일본은 15년 경험이 있는지라 잽싸게 반응하는 거다. 버블이 1990년 꺼진 후 100조엔을 몇 차례 투입했지만 죽은 경제는 살아나지 않았단다.

 

남 이야기할 처지가 아니지? 한국은 어떤지 보자. 우선 시중에 돈이 안돈다. 은행들이 연말 지준율 맞추려고 대출을 회수하고 있는데 만만한 것이 중소기업이요, 개인대출이다.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한국은행이 이번 주 금리를 1% 인하하셨다. 화끈하다. 그럼 이제 돈이 돌 것인가? 택도 없는 소리란다. 비유하자면 암 환자 수술을 미루고 영양제 주사하기.

 

시중에 돈이 돌지 않으면, 경기 부양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 하는 분들은 다음(daum) 아고라 경제토론방의 '세일러'라는 아이디의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댓글 하나 빠뜨리지 말고 읽으십사 강추한다. 12월 초부터 혜성과 같이 나타나 개념 잡아주는 게시물을 올리고 있는 이인데, 글이 무쟈게 쉽고 친절하다. 초절정고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세일러님의 첫 글. 여기서 시작하시라.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436800

 

SDE님도 그렇고 세일러님의 논지는 은행 예대율이 문제라는 거다. 일본 버블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일본의 은행들 예대율(대출/예금, 은행 건전성의 지표라고 함)이 110% 남짓이었단다. 시방 한국은 140%를 자랑한다. 예금 받아 대출한 건 물론이고 빚(CD, 은행채 발행) 얻어 대출해줬다는 거다. 그 돈 다 아파트에 잠겨 있는데 회수가 언제 될지 모른다. 거래가 실종되었단다. 수도권에 30,000가구 공급이 되는 내년 봄 무렵엔 악소리 나는 이들 많을 거다.

 

은행 건전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암만 한국은행이 본원통화를 늘려도 통화량은 늘지 않는단다. 이거 아삼삼한 분은 세일러님의 강좌를 꼭 참고하시라. 앞으로 인플레냐 디플레냐 판단으로 천당과 지옥을 오갈 텐데 (현금을 확보할 것인가 현물을 살 것인가의 기로) 자신을 비롯한 누구 말도 믿지 말고 스스로 판단하란다. 그 판단을 어떤 지표를 보며 할 것인가에 중점을 두어 매일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예측은 신의 영역이라 덧붙이며. 그 글 다 읽어보면 시방 정부가 지금까지 어떤 닭짓을 해 오고 있는지 감이 온다.

 

이런 글이 나돌아다닐 때 까지 제도권 언론은 뭐했을까? 씹어주기가 빠질 수 없다. 우선 산업은행이 리만브라더스 인수를 해야 한다는 조선일보 8월27일 기사를 시발로 매일경제가 그 회사 도산 직전까지 나발을 불었다. 매일경제야 조선일보 자매지니 논조가 같은 건 넘어가자. 그 이후 그 기사 잘못이었다고 한번이나 사과했나? 나는 보지 못했다. 9월 중순 매일경제 경제부장은 그래도 인수했다면 도산하지 않았을 거라는 글을 쓰더라.

 

귀찮아서 기사붙이기는 생략한다만, 10월말까지 조중동, 매경은 한국경제 끄덕없다였다. 근데 갑자기 11월초가 되니 위기다! 나발을 불기 시작했다. 건설사 대주협약이 시작된 시점이다. 이번 주는 한국은행 어떻게 할 것인가? 매경이 특집을 실었고 어제 한국은행이 금리 1%를 화끈하게 내렸다. 주식은 오르고 환율은 떨어진다. 자, 한국경제는 이제 위기를 벗어난 건가? 나야 이제 본게임이라는 쪽이다만.

 

한참 진행된 이후 (아마도 2~3년 이후) 2008년 2월부터 12월까지 조중동과 매경이 어떤 플레이를 했는지 시계열로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그 신문들 애독하는 주위 동료, 선배, 후배, 모두 선량한 내 이웃들인데 미국이 저렇게 가는데 한국이 무사할 수야 있겠어? 수준이다. 이른바 주류언론이 정권에 아부하며 어떻게 한국경제를 말아 먹었는지 지 눈으로 봐야 인식전환이 있을까말까 할 게다. 아직 노무현이 다 만든 거다...는 한 마디로 게임 끝인 듯, 이건 임기 내내 울궈먹어도 마르지 않는 화수분이요, 참 특이한 '실용'정부이다. 

 

여하튼 이 아싸리판, 엄동설한에 살아남으려면 공부하는 수 밖에 없다. 만 백성의 학구열에 불을 당겨 주고 경제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들여다 보게 했다는 건 이명박 대통령께서 만드신 최대 업적으로 꼽아야 할 터이다.

 

(2008.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