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까락 운동/방사능

potassium40, 섹스는 발암확률을 높인다.

섬그늘 2013. 11. 19. 19:10

이 글은 아래 3부작의 부록 쯤 되겠다. 제목을 약간 자극적으로 썼는데 세상 탓이지 내 잘못은 아니다. [칼륨40, 방사능을 다루는 자세 (하고픈 이야기)]에서 '칼륨40'의 한국어 일본어 검색어를 썼는데,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일본자료 못 믿겠다는 한 빳빳하는 태세도 한 몫 했지 싶어 영어로 검색할 생각이 들었다. 즉, '칼륨40 인체'에 해당하는 'potassium40 human body'라고 구글 검색하면


Radioactivity of the human body

가 Human Radioactivity란 제목으로 맨 위에 나온다. 버클리대 물리학과 Richard A. Muller교수의 홈페이지인데, 칼륨40으로 인한 피폭을 소개하며 꽤나 자극적인 설명을 붙이고 있다. 즉, (부부가)함께 자면 발암확률이 증가한다는 것. 일견 웃기는 말이지만 과학적 '사실'이다. 칼륨40으로 인해 상호피폭하기 때문이다.


성인 평균 4,000베크렐의 방사능 물질이 항상 체내에 있으므로 섹스나 동침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신체 접촉을 하는 모든 상황 (악수, 만원버스, 경기장)에 해당하며, 아이를 안으면 아이의 발암확률은 분명 올라간다. 그거 맘에 걸리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니 안전 거리를 계산할 일이다. 거듭 쓰건대 조금만 공부하면 가능하다.


이런 터에, '방사능 식품을 거부한다'란다. 이건 '밥 먹지 말자, 물 마시지 말자'와 동치인데 진지경건하게 하고 있다. 내가 조선일보를 씹을 때 즐겨 쓰는 문구, 몰랐다면 멍청한 거고 알았다면 가증스러운 거다. 나는 열정을 존중하지만, 멍청한 열정은 '멍부'(멍청하고 부지런)여서 가장 집단에 해악을 끼치는 유형이다. 더 나아가 멍청한 것은 용서할 수 있지만 지극히 중요한 사안을 다루는 외양으로 정작 '자세'가 안되어 있다는 점은 매우 두들겨 맞아야 한다.


이 지경이 된 것은 뭔가 동인이 있었고 거기 쏠려 중간 점검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가령 '바나나에도 방사능이 들어 있다'라는 언명을 접했을 때 '세슘 변명을 위한 사기이다'라는 글을 찾아내고 돌격 앞으로 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중요한 판단을 그렇게 대충 해도 되는 건가? 손까락 운동 약간으로 얻을 '중립' 자료는 얼마든지 있다. 모른다고 물어나 봐...말한다고 듣기를 해...절실해서 뭔가 하고 있다면서도 그에 걸맞는 태도가 영 꽝인 거다.


딱하게도, 도저히 빠져나가기 어려운 것이, 사고 초기라면 몰라서, 공포에 질려 그랬다고 이해할 수 있다. 일본 넘들도 그랬으니까. 근데 2년 반 지난 지금, 2013년11월, 몰라서 그랬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다. 그럼 뭔가? 어떻게 이런 정도 상당 규모의 집단이 그럴 수 있었을까? 이거 제대로 따지면 중세의 마녀 사냥, 홀로코스트 따위, 책에 나오는 '광기의 역사'를 해석하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 듯 싶다. (2013.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