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까락 운동/방사능

방사능 논리학3. 내부피폭 3제 종결

섬그늘 2013. 12. 9. 08:58

아래 클리앙 게시판에서 '내부피폭'으로 검색한 5페이지 글을 댓글까지 모두 읽었다. 수시로 참조하겠지만


자료8. 내부피폭 평가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syanplus 2013-08-01-22:21)

자료9. 내부피폭과 자연방사능, 저선량 피폭에 관한 설명...(RadiTech 2013-08-16 20:53)


위 토론 둘은 댓글까지 정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싶다. '얼마 정도의 위험인가?'를 따지기 위해 목표로 해야 하는 핵심쟁점 2가지를 만날 수 있다. 두 토론의 발제자는 '그렇게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 '안심할 정도의 데이타가 아니다'는 논지.


이를 둘러싼 댓글을 끈기 있게 따라가면 '여기가 한계다. 여긴 확실히 모른다'는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거꾸로, 이 정도는 확실히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베이스캠프를 만나게 된다...라고 나는 판단하고 있다. 다만 충분한 시간을 만들어 보십사 한다. 무척 길며, 중간에 멈춰 나가면 아까운 게시물과 댓글들로 보인다.


뒤져보니 내가 이 블로그에서 이어온 작업은 대부분 고수들이 이미 거쳐간 길이더라 하매 마냥 유쾌하다. 즉,


일본여행 여전 위험? 의 Who Am I 님 댓글 (2012-04-20) 한국 식품에 세슘 이미 존재 (2009년 환경보고서)

방사능이란? 자연방사과 인공방사의 구별?!? (Mars 2013-05-04 22:44)

일본과 한국의 대기방사능 비교해 보기...(reti 2013-09-15 17:31) (여기 본문/댓글 170여개는 특히 주목.)


이제껏 묻혀온 이런 고수들의 보석 같은 토론. 검색어 상위로 띄우기 위해 명태떼를 걷어내는 일, 공학계와 의학계의 양쪽 선수들 모여 치열하게 토론하는 장을 만들고 지켜 보는 것이 한국의 시민사회가 할 일이다. 결국은 개인이 판단해야 하는 유형이므로 검증된 영역, 아직 모르는 지점이 보다 명확해져야 한다.


더 나아가 후쿠시마 직후 일본이 어떤 실수들을 저질렀는지, 한국은 무엇을 배우고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야말로 시민사회가 눈 부릅뜨고 감시하며 촉구할 일이다. 이건 진정을 모으며 부딪히는 자세, 공부가 무척 필요할 게다.(예: 원전 폭발 시나리오 별 가정이 갖출 장비는? 재난 구역 기준치를 바꿀 필요는 없는가? 따위)


***


[방사능 논리학 3. 내부 피폭 3제 중 마지막 해설]


위 클리앙 게시판에서 김익중 교수는 거의 과학계에서 내놓은 사람으로 취급되고 있었다. 이제껏 내가 불필요한 창작의 고통을 겪으며 시간 낭비했다는 말인데, 뭐, 그런대로 작품이 나와 즐거웠다. 이제 진도를 나가야 하므로 앞으로 '백선수'를 내가 더 언급할 일은 잘 없겠다.


그런 고로, 3가지 논리적 결함 중 나머지 2가지 해설을 간단히 붙이고 내부피폭 3제는 마무리한다. 혹여 아직인 분이 이걸 먼저 보셨다면 '방사능 논리학1. 내부피폭 3제' 을 참조한 후 아래에서 확인하시는 게 좋겠다.


***


"먹는 것에 들어있는 방사능은 아무리 낮아도 안됩니다. 기준치가 의미 없습니다. 내부피폭을 외부피폭과 비교하면 안됩니다. 먹으면 (거리가 1,000분의 1이 되면, 10m가 1cm가 되면 - 출제자 첨기) 100만배가 됩니다. 일반 것에서 기준치가 1/100이라면 먹으면 10,000배가 됩니다. "


문제1. 위 문장에는 크고 작은 논리적 결함이 최소 3가지 들어 있다. 최대한 논리적 오류를 찾고 그 구조를 설명하시오.


여기서부터 오늘의 해설.

첫째 붉은 색상 처리한 '먹으면 100만배'는 일견 큰 수치이다. (단위가 빠진) 이런 문장을 보면


       1마이크로미터를 백만 배 하면 1미터이다.


식으로 바꾸고 보는게 좋다. 1미터? 엄청나군! 라는 사람은 잘 없다. 즉, 100만 배 하는 대상이 엄청 작은 숫자일 때 그 결과는 보잘 게 없게 되는 거다. 위 언명에서 '외부피폭'이 클 가능성, 작을 가능성을 두루 따져고 넘어 가야 최악을 면할 수 있다. 갈림길에선 표시를 해 두고 꼭 되돌아 와 모두 짚어 보자.


갈림길이란, 경우의 수를 말한다. 논리학은 전제를 두고 추론하여 결론을 도출하는 방법을 논하는 학문이다. 전제 추론 모두 정합하면 결론도 정합함을 보장한다. 오류란 전제 또는 추론에 있는 구멍인데 여기선,


1. '엄청'을 백만 배 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엄청'

2. '보통'을 백만 배 하면 '엄청'

3. '새발피'를 백만 배 하면 글쎄?


위 3가지 경우를 다 따져야 하며, 따져보기 전 까지 모르므로 3번 새발피 가능성은 염두에 두고 가야 한다.


더구나 위 문장은 밑줄 친 내외부 피폭의 대비로 인해 보통 겪는 방사능 외부피폭, X선 촬영기가 뱃속에 들어가는 착각을 하게 한다. 그럼 큰 일이지. 근데 그거 먹기 힘들잖나. 즉, 밖에 있는 식품의 피폭량은 엄청 작을 수 있는 것. 비교는 같은 것으로 하는 것이다. 가지치기(경우의 수 따지기)를 해 보면,


1. 촬영기 외부피폭과 촬영기 내부피폭

2. 촬영기 외부피폭과 명태 내부피폭

3. 명태 외부피폭과 촬영기 내부피폭

4. 명태 외부피폭과 명태 내부피폭


위 2번과 3번이 비교대상을 바꿔친 야바위다. 1번은 촬영기 먹었다는 사람 일생에 만나기 어려우니 제외, 남은 4번을 진지하게 따져야 하는 것이며 명태 외부피폭이 '새발피'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어떤 사연이 있든 여기 넘어간 사람이 있다면 2연타에 당한 거다. (단위 감추기, 곱하기 대상 바꿔치기)


둘째 녹색 처리한 '먹는 것에 들어있는 방사능은 아무리 낮아도 안됩니다' 이 언명의 하일라이트인데 맨 앞에 배치되어 있다. 이 작품성. 나는 코난 도일의 '도둑 맞은 편지'를 다시 보는 기분이었다. 가장 찾아 내기 어려운 것은 가장 드러난 곳에 있다. 즉, 이 문장에 홀린 이들은


       먹는 것에는 보통 내부피폭을 일으키는 방사능 물질이 없다.


는 암시에 따라 백선수 이끄는대로 진도를 나가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식품 섭취로 인한 연간 자연피폭량 0.4mSv 중 0.2mSv로 태반을 차지하는 칼륨40을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게 되며 어쩌다 '바나나에도 있잖아'에 '자연산이라 그건 괜찮아, 이 세슘사기꾼아'로 대응하는 전사들을 양산한 일등공신인 거다.


만약 처음 이런 언명 접했을 때 넘어간 이가 있다면, (기초 지식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는


1. 확언을 만나면 노란 불, (위 문장에선 '아무리 낮아도 안됩니다')

2. 현란한, 매우 커 보이는 숫자가 나오면 빨간 불 (100만배. 앞뒤 단위를 붙여 규모 변화를 따질 것)

3. '숨은 그림 찾기' 로 비로소 파란 불 (말하는 이가 진짜 숨겨놓고 싶었던 것)


의 순서로 진득하게 짚어 보는 것이 좋겠다. 이 정도 고민한 사람이라면 스스로 검색할 능력이 생긴다. 한글, 일어, 영어로 radiation, background radiation, ingestion, potassium...식으로 본질에 도달할 수 있다.


이런 격렬한 주제일수록 양쪽 중간 전문가 말을 다 듣고 자기 머리로 생각하자는 말이다. 이건 지적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자세이다. 그게 '시민 상식'이요, 종내는 모여 이 빌어먹을 어둠을 빛내는 별무리가 되는 거다.


(덧붙임) 혹여 이런 글 처음 접하고 논리학의 한계를 깨달은 이 있다면 박수 받아 마땅하다. 위 전제 추론 중 전제는 주어지는 것이다. 논리학은 그걸 받아 지지고 볶아 요리(결론)을 도출한다는 한계가 있다.


'전제'가 실로 중요한데 그건 인식론에서 다룬다. 인간 세상의 오류 대부분은 그 영역에서 생긴다. 이 게시판 이름을 붙인 배경 중 하나이며, 인식이란 게 그리도 어렵고 괴물에 가까운 물건이므로 당장은 논리라도 동원해 최악을 막아보자는 차원인 거다. 판단에서 논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다. (2013-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