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까락 운동/태국(タイ;Siam)

태국 반정부 데모를 보는 시각

섬그늘 2014. 1. 9. 14:52

다음 주 부터 태국 1개월 출장, 하필 도착 다음 날 '방콕 봉쇄 (Bankok Shut Down)'이라니 잊지 못할 여행이 될 듯 하다. 검색해보니 이것 역시 방사능과 마찬가지로 한국넷엔 (내 시각으로) 영양가 있는 게시물 보기 힘들어 보인다. 일본은 타이와 이해관계가 한국과는 무척 다른 터라, 자료가 꽤 있다. '어느 정도의 위험인가'를 따지기 위해 들여다 보았다.


***


1. 전체 그림, 주요 등장 인물

(2013년 11월초 모습. 여당 주도의 '정치범 사면법'이 원체 골 때리는 법안이었으므로 순수에 가까운 분노가 표출된 시기였지 싶다. )


아래에 현재까지 자료를 읽고 형성된 내 인식을 정리한다. 검색어는 '태국 시위', 'タイデモ', 'タクシン'(탁신). 태국은 인구 6,700만이며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외세의 지배를 받지 않은 나라다. 일본과는 (이러저러 사정이 있어) 돈독한 관계이며 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 숫자는 1,500개란다. (2013년 4월 현재. JETRO집계. 그거 밖에 안되나? 나중 확인)


경찰 출신으로 IT에서 떼돈을 번 탁신 전총리는 '파괴자'라고 불린다. 외환 위기를 이겨내고 경제성장의 초석을 닦으며 빈곤층을 돌보는 정책을 펴 기층민중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예전 정치와 사뭇 다르게 사회주의 노선을 걸으며 관행을 '파괴'한 공이 있는데 '국왕제 폐지'까지 언급, 푸미퐁 국왕의 눈 밖에 난 모양이다. 1550년 시점의 (스스로 신을 참칭하기에 이르렀다는) 오다 노부나가와 비슷한데, 월가 따위 초국적 자본을 등에 업고 이쁜 짓 (외국인 투자 개방 따위)을 한 혐의가 있다. 뭐 이거야 김대중 할배도 그랬으니 넘어 가자.


한편으로는 꽤나 부정축재의 의혹이 있다. 형제자매 일가친척이 국영기업 이권 개입, 탈세(2조원 주식 거래 소득세) 판결을 받았다나 보다. 2006년 유엔총회 참석 차 탁신이 출국한 틈에 군부가 쿠테타를 일으켰고 국왕이 승인, 탁신은 실질적 망명 상태로 유럽, 홍콩에서 따땃하게 잘 살고 있으며 태국 정치의 배후 노릇을 하고 있다. 처남이 전전 수상을 해먹었으며 여동생이 지금의 인라크 수상이다. 이 여성이 한 미모하며 머리 제법에 눈물 연기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쫒겨난 이의 세력이 집권한 배경에는 군중의 열화와 같은 지지가 있다. 2005년 이후 친탁신당 (현재의 타이 공헌당)은 선거에서 져 본 적이 없다. 부패했든 독재했든 자신을 돌봐준 민중의 영웅으로 인식하는 다중이 있다. 1970년대 박정희 18년 이후 40년 지나 그 딸(꺄우뚱 능력의 소유자)을 대통령으로 뽑았으며 별별 사건 1년 지금도 빵빵 지지율인 한국을 생각하면 남의 일 아니다. 친탁신그룹은 데모할 때 붉은 셔츠를 입는다.


그 대립점에 탁신 이전에 국가 정치를 주물렀던 세력이 있다. 현재의 타이 민주당, 의사, 경제인 따위 상류층 또는 중산층, 상원, 헌법재판소 따위이다. 이들은 탁신의 정책이 포퓰리즘이요 나라를 부패하게 만들었으며 사리사욕을 너무 노골적으로 챙겼다고 비판한다. (현재 스코어, 그거 안챙긴 정치인은 드물어 보인다.) 이 팀은 데모할 때 노란 셔츠를 입는다. 즉, 옷의 색깔만 봐도 누가 하는 데모인지 알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단다.


2006년 쿠테타 이후 민정이양, 총선거 때 질 것 같은 야당이 보이콧을 했는데, '야당이 참여하지 않은 총선은 무효'라는 판결을 헌법재판소가 냈다. 헌재 판사는 상원이 뽑는다. 지금 2월2일 총선거를 야당이 보이콧하고 있는 것은 그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1월1일 까지 입후보를 했어야 하는데, 남부 8현의 선관위를 봉쇄하여 입후보를 막는데 성공 (정족수 95% 이상이어야 하원 개원 가능. 민주당의 목표는 5% 이상 저지, 결과 성공) 2월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한들 의원이 모자라 하원을 못 열게 된 것.


이게 뭘 의미하냐면, 수상 못 뽑는다. 행정 마비된다. 여당은 선거하면 이길 게 뻔하므로 총선하자고 내민 것인데 그 빤한 수를 이렇게 기발(?)하게 막아낸 반탁신파도 대단하긴 하다. 못 먹는 밥에 재는 뿌려졌으매 쌍방 쫄쫄 굶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즉, 어느 넘이든 차기 정권을 차지할 길이 없어져 버린 거다.  내가 자료를 제대로 읽은 건지, 의심이 버럭 나는 장면이다.


(2014-02-01 추가. 그럼 그렇지. 패자부활전이 있단다. 당선자가 없는 선거구는 1개월 이내 재투표를 할 수 있다. 친탁신파는 어떻게든 선거를 치러 정족수 당선자를 내야 하고, 반탁신파는 어떻게든 선거 막아 질질 행정 공백을 도모해야 한다. 현재 평점을 매기면, 반탁신파가 선거구 주변 스크럼 짜 막기 무공으로 투표함 못들어가, 투표자 몸 사려 선정된 타켓은 거진 100% 방어하고 있다. 대충 4-5개월 행정 공백은 확보했다.


일단 반탁신파가 입후보 5%를 막아내어 역량 집중할 환경이 되었다. 내일 2월2일 선거에 당선자가 안 나올수록 더욱 완벽하게 추가 선거를 막을 수 있다. 방콕 거리 데모대는 'NO VOTE (선거하지 말자)' 는 팻말을 민주주의하자는 넘들이 멀쩡하게 흔들고 있다. 골 때리게 유쾌한 풍경이다.


정부와 잉락 언니가 얼마나 딱한 처지인가 하면, 1월20일 '비상사태 선언'을 방콕과 주변 주역에 때렸다. 5명 이상 시위는 잡아간다 엄포도  놓았다. 근데 그거 못한다. 반탁신파가 '선거관리내각이 비상사태 선언하면 반칙이다'는 제소를 헌법재판소에 냈다. 헌법재판소는 골수 반탁신이다. 거리 시위대 한 넘이라도 잡혀들어갔다는 소식 못들었다. 정부와 경찰은 심심풀이 조롱 대상이다. 권위? 사치스런 소리다. 선거에 이기리라 계산했는지 어쨌는지 폼 나게 12월에 의회 해산한 잉락 언니, 요즘 몰골이 말이 아니다.)


작년 11월 촉발된 이 데모는 원래 '정치범 사면법'을 막기 위해서였다. 유죄 판결 받은 상태의 탁신을 복권하기 위한 친탁신파의 수작인데, 자신들이 다수파인 하원은 통과했으나 백성들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상원에서 부결되었다. 상원의 반수는 국왕이 임명한다. 친탁신파는 이 구조를 바꾸고 올마이티가 되기 위해 상원의원 모두를 선거로 뽑자고 추진하는 것이 염원이란다. (이번 추진한 사면법에 세트로 들어가 있었다는 설 있음. 나중 확인. 근데 자기(상원) 목 치자는 법안 가결해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고난도 술래잡기다.)


야당을 비롯한 반탁신파는 '탁신 싫어' 그룹의 총대를 맨 셈인데, 국왕과 그를 지지하는 군부, 상원, 헌법재판소가 두루 포진되어 있다. 현 여당의 2009년 수상, 요리가 취미라 TV출연해 비기를 공개하며 사랑 받았다는데 야당이 이걸 물고 늘어져 사임안 제출, 헌법재판소가 그거 위헌 맞다고 판결해 수상이 물러난 바 있단다. 이 사건으로 붉은 셔츠 친탁신파가 공항을 점거하는 2010년 시위로 이어졌다는 말. (공항 점거는 친탁신파였다는 글 있음. 나중 확인)


사면법 저지에 성공한 데모대를 이끄는 민주당 (직전 부수상), 작년 12월 후반부터는 총리 물러나고 정권 넘기라고 하고 있다. 총리는 총선으로 민의를 묻자라고 제의, 국왕이 허락했는데 민주주의 국가에서 더할 나위 없이 지당하신 말씀이어서 해외 만방(영국, 미국, 일본)의 지지 발언이 이어지는데 속을 들여다 보면 이런 골 때리는 구조인 것이며 친탁신파를 배제한 '국민회의'를 구성하자는 무리 만빵 (이건 독재잖아) 막장 해법도 그래서 나왔지 싶다. 글치만 무리 정도가 심해 데모대를 이탈한 이도 꽤 되나 보다.


이렇듯 정치인들이 미덥지 않은 다툼을 하는 걸 지켜본 군부가 잊을 만하면 쿠데타를 일으켜 휴식 시간을 갖게 하는 나라가 태국이다. 군부쿠데타는 60년 간 20번 쯤 (5번 쯤 아닌가? 이것도 나중 확인.).  진 팀은 별 험악한 꼴 보지 않고 망명을 보장받는다. 쿠테타의 승인, 최종 판정은 백성들의 절대적인 사랑과 지지를 받는 국왕이 한다. 그 국왕 나이가 올해 86세에 건강이 신통치 않은데 마땅히 그 역할을 대신할 후계자가 없다는 게 지금 문제 중 하나.


1월18일은 창군 기념일 ('국군의 날') 이어서 방콕으로 탱크가 올라오고 있단다. 육군사령관은 '군은 중립이다. 유혈사태가 나면 여당 책임이다. 그런 사태 일어나면 군은 어떡할 거냐고?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답할 이유가 없다'라며 냄새를 피우고 있다. 여당은 선거해 봐야 정족수 채울 수 없고 야당은 선거에 이길 길이 없어 양쪽 모두 옴쭉달싹 못하는 빼도박 신세, 쿠테타만이 유일해로 남아 있어 보인다. 그 과정을 어떻게 무리 없이 장식, '타이식 민주주의'를 지켜나갈 것인지 지켜볼 일이지 싶다. (이 부분 연결고리는 찜찜하다.)


'방콕 봉쇄'란 방콕으로 들고나는 차량을 통제하는 것이다. 7개 거점을 장악, 관광버스, 반탁신 깃발 단 택시만 통과시킬 방침인 바, 수상을 비롯한 친탁신파가 움직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란다. 넷에서 나름 점검한 시위의 양상은 '2008년 광우병 촛불 소녀'와 비슷해 보인다. 가볍고 즐겁고 발랄한데 이 사태를 보는 이런저런 시각을 나누며 정치 의식을 키운다. 'Amazing Thai'라고도 하는 모양이다.

タイデモ20131105

(사진은 아래 자료3에서 가져온, 시위 초기(2013년11월)의 모습. 지금은 어떨지 담주 부터 직접 볼 참.)


즉 친탁신파 붉은 셔츠의 살벌한 양상 (테러, 폭탄, 공항 점거) 대비 반탁신파 노란 셔츠는 나들이 소풍의 분위기인 듯. 그런 측면에서 '험악하게 위험하지는 않다'고 말할 수 있지 싶다. 2008년 내가 나름 다른 연유로 마음만 촛불 광장에 있을 즈음, 한국의 외국인들은 어떤 시각으로 봤을까, 이도 역지사지려니.


여기까지 내가 이제껏 공부하여 이해한 바를 읊었는데, 해법은 '백성의 각성', '새로운 물결의 출현'이다. 매우 가까운 관계가 있는데 태국 북부를 중심으로 한 농민, 빈곤층이 깨어날 계기가 있어야 한다. 가난하고 못 배운 것이 무슨 죄인가? 모처럼 자기 편을 만났는데 그를 나쁘다고 한 늬들은 이제껏 우리를 어떤 취급했었냐? 수준 이하(노예, 평민?)는 입장도 시키지 않았던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민주주의의 한계인 거다.


***


이하의 1, 는 이제껏 본 중 가장 충실하게 옛 이야기와 현재를 조감한 글의 링크. 정말 시간 밖에 없을 때 번역 또는 요약할 셈.


자료1. 태국 시위 혼란 분석 - 타이식 민주주의의 특징과 한계 (坂東太郎 (Bando Tarou) 2014-01-08)

자료2. 어느 태국 언론사 편집부 15인의 데모를 보는 시각 (2014-01-05) (하루 지났는데 링크 못 찾겠음.)

자료3. 타이데모 소식 (태국어 배우기 2013-11-05)

자료4. 1월13일, 방콕도내 146 학교 휴교령 (타이통 2014-01-08)

자료5. 타이 데모대, 공항은 폐쇄 대상 아니다 (2014-01-04)


(2014.01.09, 민주노총 파업이 시작된다는 날, 안티조선우리모두 사이트 개업 기념일에 태국을 들여다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