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까락 운동/태국(タイ;Siam)

방콕 셧다운 셋째날 풍경 (2014-01-15)

섬그늘 2014. 1. 16. 08:37

방콕의 주요 간선도로를 점거하여 정부 요인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정부 청사의 기능을 마비시킴으로써 세를 과시하자는 방콕 셧다운 셋째 날, 사무실이 위치한 아수크역에서 10시 출발, 시가 행진을 마치고 다시 돌아와 집회를 연 모양이다. 틈틈이 창문 밖으로 본 낮의 참가자 수는 얼마 안되어 보였는데 태국인 동료와 저녁 먹으러 가며 본 광장의 풍경은 한국 촛불 광장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빌딩을 나서자 마자 훅, 열기를 느낀다. 먹고 살아야 하니 낮에 행진에 참가하지 못한 이들이 퇴근하고 모였지 싶다. 첫날 저녁 17만(경찰 추산, 주최측은 100만명 주장), 둘째날 6만 , 셋째날은 얼마나 될까?






어제 그제 공중에서 본 사진의 긴 길을 앞에서 본 모습이다. 그 사진의 흰 텐트까지 사람들이 앉아 있다는 이야기. 앞은 연단이다. 시위를 주도하는 민주당의 전 부수상(수...이름이 기억 안난다. 긴 태국 이름과 닉네임에 익숙해져야 하는 팔자다.)도 등단했다고 한다. 청중 심심찮게 공연도 하며 전철 끊어지는 12시까지 계속되는 모양.





역사로 통하는 육교, 통로 위에서 시위를 구경하는 이들. 아마도 마음을 정하지 않은 상태로 중간 영역에 위치하며 먼 말 하는지 들어 보자 정도로 큰 위험 없는 곳에서 구경 거리를 소비하는 즐거움이 있을지도. 어느 곳이나 다양한 스펙트럼과 사연이 펼쳐져 있을 게다.


그림이 되는지라 늘어선 행인들이 연신 사진을 찍고 있는데, 중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걍 여름철 행락객이다. 저렇게 몇 시간을 있는다는 말일까. 곳곳에 대형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어 눈과 귀 즐겁게 하매 지루하지 않나 보다.


그나저나 이날(15일)은 인라크 수상이 총선 연기를 할 것인가 회의하자며 70개 정당과 기관, '저명'인사들을 초빙한 날이다. 결과는? 45개 정당 대표가 참석, 시위를 주도하는 반탁신파는 결석, 선관위(직전 게시물 참조) 역시 결석, 반탁신파 참석 않은 논의는 의미 없다며 몇 명은 중도 퇴장, 모임 후 '2월2일 총선은 예정대로 실시하겠다'고 수상이 발표. 뭐 하자는 플레이인지 도통 모르겠다.


14일 조선일보 기사에, 현 수상이 사임할 생각을 하고 있는데 탁신이 말렸단다. 반대파 없이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모임에 나올 말이 뻔할 텐데, 돈 들여, 시간 들여, 정족수 안되는 입후보자들로 총선한들 하원을 열 수 없다는데 무슨 소용이 있을까? 수상직은 계속 할 수 있는 건지, 임명직 임기와는 무관한지 들여다봐야겠다.


지금 수상과 친탁신파가 하는 짓은 '할 만큼 했다'는 명분 쌓기, 외국 포함 주시하는 이 (또는 속사정 모르는 이)에게 이미지 포장하기다. 야당과 시위대를 처죽일 넘 만들기라는 거지. 총선한들 국회를 못 열면 합법적 정권을 만들 길이 없지만,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를 지켜냈다는 거다. 나는 이렇듯 보는 이를 멍청이 취급하며 기만하며 능멸하는 넘들 보면 끓어오른다. 딱 조선일보거든.


한편, 시위로 인한 위험도를 가늠하게 해주는 방콕 일본학교, 13일과 14일만 휴교, 15일부터 정상 영업 중이다. 다만 야외 학습은 취소, 중학생 수학여행은 예정대로 떠났단다. 일본대사관 홈페이지도 차분하다. 민주당 대표 집에 폭죽이 터졌으나 다친 사람은 없느니, 시위대에 총격이 있었느니 간헐적으로 불상사 소식은 있는데 대규모 친탁신파 붉은 셔츠 시위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집단 상경 맞데모설은 루머였나?


태국은 태어난 날에 맞는 색깔이 있다고 한다. 왕실은 그래서 노란 색. 탁신 생일에 해당하는 색이 붉은 색이라고 한다. 왕실 처지에서 보면 맞먹자고 하는 역적 무리인 것이고, 태국을 거진 자기 손바닥에 움켜 쥔 탁신 처지에서 보면 거추장스러운 구시대의 유물인 게다. 민중이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 민주 국가에서 선거로 승부하자는데 뭐라 할 것인가?


태국시위 이해하기-탁신 총리 (賣香人 2013-12-02)


위는 내가 태국의 정세를 들여다 본 이래 접한 한국어로 작성된 게시물 중에서 가장 자료가 충실히 정리되어 있다고 판단하는 링크. 다만 지금 대립은 나쁜 넘 (탁신과 그 패거리 ; 북부 민중 붉은 셔츠는 제외) 대 덜나쁜 넘 (반탁신파 ; 어차피 다 해 먹는 세상, 탁신은 화끈하게 해 먹었다는 차이 뿐. 게다가 지금 민주당, 민중을 위해 그 동안 뭘 했냐는 의문, 잘 한 거 없는 거다)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지 싶다.


요미우리신문 16일자, 선거는 하고 볼 일이란다. 쿠데타로 정권 잡는들 친탁신파 보복을 부를 뿐이라는. 남의 나라 일에 정권 전복하고 혁명 정부 구성하자는 시위대 편을 들 수는 없는 노릇이니 지당한 말씀이지. 아, 근데 그거 해서 뭐하냐고요...앞이 안 보이는 '千日手(천일수; 한국말로는 '빅'. 장기에서 동일 응수 반복으로 승부가 안날 때.)는 오늘도 계속 된다. (2014.01.16)